내용요약 상반기 수요 둔화 불가피하지만..하반기 반등 가능성
삼성·하이닉스 기술력으로 ‘정면승부’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수요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실적 개선을 자신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반도체 슈퍼 호황은 사실상 끝났지만 올 하반기에는 수요 반등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대만 난야 테크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공급 조절에 나선 가운데 기술력을 앞세워 하반기에 반등하는 수요를 잡아낸다면 실적 개선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 메모리반도체 슈퍼 사이클 종료…성장폭 둔화 불가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위기론'에도 하반기 실적 개선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지난해 사실상 종료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일시적인 성장폭 둔화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는 계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급변하면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폭이 컸다. 4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2% 줄었고 평균판매가격은 11% 내렸다.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10% 늘었으나 평균판매가격은 21% 떨어졌다.

향후 전망도 녹록지는 않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D램 시장의 경우 지난해 1040억4700만달러(약 116억원) 수준에서 올해 1064억1800만달러를 고점으로 2020년(1019억달러), 2021년(1019억달러)를 거쳐 2022년(941억8800만달러)까지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낸드플래시 시장 규모는 지난해 623억2500만달러에서 올해 645억3500만달러를 거쳐 2020년(686억1400만달러), 2021년(706억8100만달러), 2022년(721억5900만달러)까지 매년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2015년 이후 매년 10% 이상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때와 비교하면 성장폭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 반도체 수요 줄었지만…하반기 반등 가능성 있어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022년 D램시장은 941억8800만달러, 낸드플래시 시장은 721억5900만달러 규모로 전망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그러나 예년과 같은 ‘슈퍼 호황’은 없더라도 수요 반등 여력은 아직 남아있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기 둔화,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더불어 서버, 모바일, PC 등 주요 시장이 재고 조정에 나서며 수요가 줄었으나 올해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에는 반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진행한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하반기로 가면서 서버 고객의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발표나 계절적 이벤트, 상반기 내에 재고 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며 “올해 수요는 2분기를 지나 3·4분기까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와 하반기 수요 비중을 45대 55에서 40대 60 정도로 보고 주로 하반기 수요에 대비하는 제품 위주로 재고 운영을 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순학 한화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황은 단기적으로 급격한 조정 국면을 겪고 있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한 차원 더 발전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데이터센터에 대한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되는 올해 2분기 중반부터는 재차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이 공급 조절에 나섰다는 점도 긍정 신호다. 지난주 SK하이닉스는 미국 마이크론과 대만 난야 테크에 이어 D램 공급 조절 대열에 합류했다.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텍사스인스트루먼트도 공급 조절과 가동률 조정 계획을 밝히며 상반기 수요 감소에 대응할 계획을 공개했다.

◆ 삼성·하이닉스, 반도체 기술력 자신감…’정면승부’ 가나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도체 위기론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술력으로 정면승부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15일 청와대 초청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장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올 것”이라며 업황이 둔화된 상황에서도 기술력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태원 SK 회장 역시 “반도체 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내려가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반도체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며 하반기 수요 증가 기대감을 드러냈다.

비메모리 사업 성공도 관건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당시 문 대통령의 비메모리 반도체 진출 관련 질문에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라며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에 속도가 붙을 지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 설계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기업으로부터제조를 위탁받는 반도체 위탁 제조 사업을 뜻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5월 파운드리 사업부를 출범하고 지난해 7나노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고객사로 퀄컴, IBM 등을 확보하며 점유율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순학 연구원은 “전세계에서 EUV 파운드리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TSMC와 삼성전자 2곳으로 압축될 것이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 시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는 한 단계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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