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인터넷 엔터테인먼트기업 넷플릭스(Netflix)가 흥행 판도를 바꾸는 모양새다. 지난 해 12월 28일 산드라 블록 주연의 오리지널 영화 ‘버드박스’에 대해 일주일 간 4500만 개 이상의 계정에서 관람했다며 시청률 데이터를 처음으로 발표했다. 총 가입자 약 1억3700만 기준으로 계정 보유자의 3분의 1이 해당 영화를 봤다. 새로운 흥행 바람을 분 대표작이 된 셈이다.

넷플릭스는 영화 산업 수익화 전략인 극장-VOD-블루레이-케이블-지상파 방영으로 이어지는 유통망과 달리 홀드백 기간이 없다. 한 번의 스트리밍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영상 콘텐츠가 넘쳐나고, 콘텐츠의 생명 주기 역시 점점 짧아지는 가운데 넷플릭스가 택한 방식은 꽤 신선하다.

■ 콘텐츠 반응 실시간..‘버드박스 챌린지’

넷플릭스가 자랑스럽게 성적을 공개한 ‘버드박스’는 눈을 뜨고 세상을 보면 끔찍하게 변해버리는 괴현상이 나타나 인류가 종말 위기에 처한다는 독특한 콘셉트의 영화다. 조시 말러맨이 2014년 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눈을 뜬 사람들이 본 공포의 실체는 끝까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흥미를 더욱 자극했다.

이 영화는 미국 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일명 ‘버드박스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영화의 설정대로 눈을 가리고 게임을 하거나 거리로 나서는 등 일상생활을 하는 챌린지다. 모건 애덤스 등 인기 유튜버가 가세하면서 급속도로 유행했다. 하지만 ‘버드박스 챌린지’를 하며 위험천만한 상황이 연출됐고 급기야 넷플릭스는 트위터에 “버드박스 챌린지로 스스로를 다치게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점에서 영화가 유행이 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는 관객들의 놀잇감이나 패러디되는 데 꽤 긴 시간이 할애된다.

■ 가성비 좋은 넷플릭스? 영화 관람 횟수 증가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인당 1년에 영화를 보는 횟수는 4.18회다. 넷플릭스에 한 달 가입 요금은 1회 영화 관람료와 비슷한 수준이다. 넷플릭스에 가입해 연간 12회 분의 금액을 결제한다면 한 달에 1편의 영화만 본다 해도 12편 이상의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넷플릭스는 가입자 맞춤형 전략을 통해 취향에 따른 추천 콘텐츠를 소개한다. 한 번 접속했을 시 쉽게 빠져나갈 수 없는 ‘블랙홀’ 전략을 쓰는 것이다. 공격적으로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 역시 접속자를 오랫동안 붙잡아 두기 위함이다.

넷플릭스의 몸집이 점점 커지자 월트디즈니는 적극적인 견제에 나섰다. 넷플릭스와 경쟁할 자체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선언했으며 마블 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도록 했다. 미국 시장에서 견제가 심해지자 넷플릭스는 아시아 국가로 눈을 돌렸다. 지난 25일 공개된 ‘킹덤’은 넷플릭스가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주지훈, 류승룡, 배두나 등 스타 출연진과 ‘시그널’ 김은희 작가, ‘터널’의 김성훈 감독이 호흡한 작품으로 회당 15~20억이 제작비로 쓰였다. 이미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

공개 직후 ‘킹덤’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이 드라마는 여러 전란을 거치면서 피폐해진 조선을 배경으로 죽은 왕이 되살아나고 위기에 몰린 왕세자가 궁에서 가장 먼 곳으로 향하면서 왕의 병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사극 좀비물이다.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탄탄한 연출력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화제성 역시 높다.

■ 미국영화산업 가입..전통영화산업과 손 잡다

최근 넷플릭스는 온라인 스트리밍업체 최초로 미국 영화산업협회(MPAA)에 가입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은 22일(현지시간) 넷플릭스가 MPAA 회원사로 신규 가입했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페이스북, 구글 등이 회원사인 인터넷협회(IA)를 탈퇴했고 전통 영화산업과 손을 잡았다.

MPAA는 월트디즈니,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 소니, 유니버설, 21세기폭스 등 6개의 대형 영화사가 회원사로 있는 폐쇄적인 단체다. 이는 곧 대형 영화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콘텐츠 발굴에 더욱 힘쓰겠다는 증표다.

넷플릭스는 MPAA와 ‘불법 복제 퇴치’라는 공동목표를 갖고 있다. 아마존과 함께 지난 2017년부터 불법 복제시장 퇴치를 위해 노력한 바 있다. 찰스 리브킨 MPAA 최고경영자는 “넷플릭스를 회원사로 추가하면서 우리는 창의적인 스토리텔러들의 세계적 공동체를 더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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