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JTBC 금토 드라마 'SKY캐슬'은 많은 이들의 평판을 바꿔놨다. 'SKY캐슬' 이후 재조명을 받은 주인공들에는 비단 배우들만 있는 건 아니다. 도입부부터 치고 나오는 '위 올 라이'라는 킬링 포인트를 가진 노래, 'SKY캐슬'의 OST를 부른 가수 하진의 생활 역시 드라마를 전후로 해 크게 바뀌었다. 드라마가 방송되기 한 달 여 전. 처음 '위 올 라이'를 불렀을 때만 해도 이처럼 뜨거운 반응을 예상하진 못 했다.

-'위 올 라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정말 대단하다. 실감하나.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있으니 실감이 나는 것 같다. (웃음) 내가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정말 좋아한다. 어느 날 JTBC '아는 형님'을 보는데 '위 올 라이'가 나오더라. '아는 형님'은 평소에 챙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인데, 거기 내가 부른 노래가 나오니까 너무 웃긴 거다. 기분이 이상했다."

-'위 올 라이'를 어떻게 만나게 됐나.

"영화 음악을 하는 친구로부터 최정윤 작곡가를 소개 받았는데, 최 작곡가가 OCN 종영극 '손 더 게스트'를 담당한 김태성 음악감독과 나를 연결시켜줬다. 그렇게 김 감독과 '손 더 게스트'에서 호흡을 맞췄고, 그 인연이 'SKY캐슬'까지 이어졌다."

-하진의 어떤 매력 때문에 'SKY캐슬' OST를 부르게 러브콜을 보냈을까.

"'손 더 게스트' 때 불렀던 '섬웨어'라는 노래가 흔한 장르는 아니었다. 음산하다고 할 수도 있고 약간 어둡기도 하고 그런 곡이다. '위 올 라이'도 어두운 느낌이잖나. 사회 문제를 짚어내기도 하고. 내 목소리와 곡의 성격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해서 제안한 게 아닐까 싶다."

-대박을 예상했나.

"내가 원래 그런 것에 대한 감각이 없다. (웃음) 다만 '위 올 라이'를 작업할 때 내가 굉장히 피곤했고, 비도 많이 오는 날씨라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녹음하는 내내 아이디어가 굉장히 잘 떠올랐고 작업도 재미있게 했다. 힘든 와중에도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작업했는지 궁금하다.

"녹음을 한 게 아마 지난 해 10월인가 11월쯤일 거다. 다이어리가 다 날아가서 정확하진 않은데 그쯤으로 기억한다. 'SKY캐슬'이 방송되기 전이라 드라마의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가사 내용을 보고 '무언가를 풍자하는 건가 보다'라고 생각을 했다. '위 올 라이'가 처음에 '위 올 라이'라는 가사로 시작하잖나. 그 부분을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헤매고 있으니까 감독 님이 'SKY캐슬'의 한 신을 보여줬다. 예빈(이지원)이가 친구들하고 편의점에서 과자를 훔친 다음에 그걸 막 밟으면서 친구들과 파티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걸 바라보는 이수임(이태란)은 경악을 하고. 그 장면을 보고 감이 왔다. 아이들은 뭐가 옳고 그른지도 모른 채 그 행위를 즐기고 있고, 그걸 본 어른은 경악을 하지만 바로 화를 내거나 혼을 내지도 못 하잖나. 어른들의 행동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른들의 말, 어른들의 행동 같은 것들. 사람의 위선적인 내면 같은 걸 표현하는 곡인 것 같다는 느낌으로 작업했다."

-자신도 '위 올 라이'의 가사에 공감을 하나.

"노래에 '가면을 쓰고 놀면서 진실을 숨겨. 사람들은 원래 서로를 속이잖아(Play with a mask to hide the truth. People cheat each other, right?)'라는 가사가 나온다. 이 부분에 특히 공감됐다. 어른이 되면서 선으로든 악으로든 가면을 다들 쓰는 것 같다. 아마 누구나 조금씩은 가식을 가지고 행동을 할 거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가식이나 위선들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거라는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면서 노래를 불렀던 것 같다. 정말 솔직하게 노래했다. 가사는 강렬한데 노래 자체는 세게 부르지 않았는데, 그게 감독이 가지고 있었던 디렉션이었다. 그게 오히려 가사의 내용을 역설적으로 더 잘 보여줄 거라고 하더라."

-언제 스스로 가면을 쓴다고 생각하나.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기자가 "지금처럼?"이라고 물으니 웃으며) 맞다. 사실 지금 어떻게 편하게 행동하겠나. 낯선 사람 앞에선 더 예의를 갖춰야 하고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참고 배려하기도 해야 하니까."

-'SKY캐슬' 속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나온다. 하진의 학창시절은 어땠나.

"평범의 극치였다. 특별할 게 하나도 없었다. 키도 등수도 다 중간이었다. 튀지 않는 아이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노래를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 조금씩 개성이 생겼던 것 같다."

-노래는 어떻게 하게 됐나.

"원래는 클래식 피아노를 쳤다. 피아노를 치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노래 하는 연예인들에 관심이 가기 시작하고, 그게 멋있어 보였다. SG워너비, 빅마마, 거미 같은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우리 학교에는 밴드부가 없어서 대신 중창단에 들어갔는데, 어쩌다 리더를 맡게 됐다. 사람들이 중창단 리더라고 하니까 다들 내가 노래를 잘할 거라고 생각하더라. 그 때부터 노래를 열심히 하게 됐다. 동네에서 열리는 노래 대회 같은 데도 나가면서 무대 맛도 봤고."

-'위 올 라이' 수익금은 정산 받았나.

"아직이다. (웃음) 실연자 협회에서 정산을 받는데 분기별로 정산이 돼서 아직 못 받았다."

-'위 올 라이' 전후로 바뀐 점이 있다면.

"아빠가 내가 노래한다고 했을 때 반대를 많이 했다. 가수가 되고 나서도 10여 년 동안 뚜렷한 결과물이 없으니까 '취직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기도 했다. '위 올 라이'가 잘되고 나서 그런 얘기 안 한다. (웃음) 오늘 아침에는 내가 자고 있는데 아빠가 할 말이 있는지 내 이름을 큰 소리로 부르면서 방에 들어오는 거다. 그러니까 엄마가 막 따라 들어와서 '애 자는데 왜 깨우냐'고 하더니 아빠를 데리고 나갔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재미있었다. 사실 눈 떴는데 계속 자는 척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노래를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 내 이름 앞에 '가수'라는 수식어가 붙는 게 어색하다. 목표를 이뤄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하진 제공 

 

정진영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