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화장품업계 유통구조 변화에 부진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아모레퍼시픽./ 연합뉴스

[한스경제=장은진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역설'의 덫에 걸렸다.

최근 몇 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일군 핵심동력이 오히려 향후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달라지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탓에 올해 성장 전망도 어둡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지주사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최근 변화된 화장품 유통 구조를 좇아가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 주요 브랜드숍들이 럭셔리 화장품에 밀려 중국 시장을 내줬을 뿐만 아니라 H&B(헬스앤뷰티)스토어들로 인해 국내에서도 기를 못 펴고 있다. 또 공을 들이던 로드숍들도 온라인 특가시장에 밀려 경영상황이 더욱 어려워진 상태다.

◆화장품업계 유통구조의 변화…원 브랜드 숍의 경쟁력 약화

누적된 내수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 유통구조 변화, 중국인 수요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겹치면서 국내 화장품업계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2000년대 초 등장해 15년간 'K뷰티' 신화를 이끌던 화장품 로드숍이 한계를 드러내며 위기상황에 직면했으며 편집숍을 넘어 'H&B스토어'란 새로운 형태의 매장이 등장했다. 기존 로드숍이나 편집숍이 한 업체의 제품을 취급하던 것과 달리 H&B스토어는 다수의 업체를 매장에 입점시키는 형태다. 

한 곳에서 다수의 제품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컨셉트는 화장품 업계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 H&B스토어가 사세를 확장함에 따라 입소문이 난 제품들의 매출이 늘어난 게 된 것이다.

이는 원(단일) 브랜드 숍 전략으로 여러 브랜드를 갖추고 있던 아모레퍼시픽에게 악재로 작용했다. H&B스토어 밀려 브랜드별로 갖추고 있던 로드숍이 경쟁력 약화에 시달리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각 브랜드 숍의 주력 상품 외 매출타격은 더 컸다.

이니스프리(왼쪽), 에뛰드 매장./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에뛰드 등 하향세…수익구조 개선도 어려워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아모레퍼시픽 지주사로서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퍼시픽글라스, 오설록농장 등 10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중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브랜드사를 로드숍으로 키운 대표적인 경우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 원 브랜드 로드숍은 대부분 가맹점 형태로 이뤄진 곳이 많다. 이 경우 수익성 악화에도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니스프리' 가맹점협의회는 경영난 악화로 본사와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 온라인 판매 채널 부상으로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 점주들이 대책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3개월이 지난 현재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29% 급감한 146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장 수도 지난해 1056곳에서 820곳으로 줄었다. 에뛰드 상황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에뛰드는 수년째 적자 진통을 겪고 있으며 지난해 3분기 92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들은 4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에뛰드의 경우 브랜드 경쟁력 저하로 매출이 20% 넘게 빠지며 영업이익 적자 폭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서도 '중저가 브랜드' 인기 시들 …부진 계속될 가능성 높아

아모레퍼시픽의 해외시장 전망도 암울한 상황이다. 중국 화장품시장의 경우 소비자들이 중저가 브랜드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외 상품으로 중국시장에 다시금 중국 시장을 노려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방법은 마케팅 비용 증가로 다시 이어지게 된다.

이에 증권업계는 아모레퍼시픽 실적 부진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는 아모레퍼시픽의 작년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6%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회사별로 작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증권사들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600억원 초반이나 500억원대로 추정했다.

실적 부진 우려가 나오면서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29일 한국거래소 기준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17만7700원으로 올해 들어 18% 가까이 하락했다.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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