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중국계 가전기업 인수합병 '활발'
샤프·도시바 등 매각 이후 '부활' 날갯짓
일본 샤프와 도시바, 미국 모토로라 등 각 국을 대표하던 가전업체들이 중화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그래픽=허지은 기자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과거 각 국을 대표하던 가전업체들이 중화권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계 기업들이 공격적인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일본 샤프와 도시바, 미국 모토로라 등 국적을 바꾼 가전업체들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2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중화권 품에 안긴 가전업체들은 일본 샤프, 산요 (세탁기·냉장고), 도시바 (백색가전), 미국 GE (가전), 모토로라 (무선사업), 캐나다 블랙베리, 이탈리아 캔디 등이다. 이들은 중국 하이얼, 레노버, 메이디와 대만 홍하이 등 중국계 기업에 인수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샤프다. 샤프는 TV와 LCD, 에어컨, 전자사전 등을 제조하는 종합가전회사로 2000년대 초중반까지 소니, 파나소닉 등과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가전기업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에 밀리며 주도권을 뺏겼고 2010년 이후 LCD사업 불황과 엔고 현상 등으로 경영 악화에 빠졌다. 매각 직전인 2011년 샤프는 2조4559억엔, 순손실 3761억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샤프는 2012년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에 매각됐다. 매각 이후 샤프는 강도 높은 비용 절감과 공정 효율화를 통해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2017년 샤프는 3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에도 3월 결산 기준 흑자를 기록하는 데 성공하며 디스플레이 사업 분야에서 다시 자리매김에 나서고 있다.

최근 10년간 중화권 품에 안긴 가전업체들은 일본 샤프, 산요, 도시바, 미국 GE , 모토로라, 캐나다 블랙베리, 이탈리아 캔디 등이다. /그래픽=허지은 기자

가장 최근 사례는 이탈리아 가전업체 캔디(Candy)다. 캔디는 지난해 9월 중국 최대 가전기업 하이얼에 인수됐다. 1945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캔디는 전자레인지, 냉장고, 식기세척기, 청소기 등으로 유럽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가전회사다. 하이얼은 캔디의 지분 100%를 4억7500만유로(약 6065억원)에 인수했다.

앞서 하이얼은 지난 2016년에는 미국 GE의 가전 사업부문을 54억달러(약 6조원)에 인수했고 2011년에는 일본 산요의 세탁기·냉장고 사업부문을 인수하기도 했다. 하이얼은 중국산 중저가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브랜드 파워가 있는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전략으로 지난해 기준 세계 가전 시장 점유율 14%로 세계 최대 가전 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도시바의 ‘애물단지’였던 백색가전 사업부도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美的)그룹에 인수된 후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도시바는 2015년 중국 백색가전 시장에서 철수한 뒤 이듬해 백색가전 사업부문인 ‘도시바 라이프스타일’을 중국 메이디그룹에 매각했다. 메이디 슬하에 들어간 도시바는 이후 승승장구해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고 동남아에 진출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 모바일 대표 브랜드였던 미국 모토로라와 캐나다 블랙베리 역시 중국 기업 품에 안겼다. 모토로라의 무선사업부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지난 2014년 중국 레노버에 매각됐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2011년 구글에 한 차례 인수된 뒤 2014년 다시 레노버에 팔렸다. 캐나다 블랙베리 역시 지난 2016년 자체 개발을 중단하고 중국 TCL그룹에 상표권과 로고 등 라이선스를 넘겼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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