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부, 가맹점 수수료 인하 대상 연간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
카드사, 수익성 악화로 마케팅 비용 축소 불가피
고객들 "카드사 꼼수" 질타
정부가 이번 달 31일부터 가맹점 수수료 인하 대상이 확대되면서 카드사들이 설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고 있다./사진=픽사베이

 

[한스경제=김형일 기자] 정부가 오는 31일부터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적용 대상을 연간 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하자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카드사들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고객 대상의 설 이벤트를 축소했다. 예상되는 매출 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카드사들 움직임이 이해되기는 하나 일각에서는 민족 명절 설 이벤트 프로그램 축소 등 고객 서비스를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여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가맹점 수수료 인하 대상의 확대로 업계 전체적으로 연간 약 7000여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정부의 정책변경과 관련, “새롭게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구간과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구간이 생기면서 가맹점들이 내야 할 수수료율이 기존대비 각각 0.65% 포인트, 0.61% 포인트 인하됐다”며 "이로 인해 업계가 연간 7000억여원의 매출 감소(손실)가 예상된다"는 게 카드업계 시각이다.
  
매출 감소 보전을 위해 카드업계는 고객 서비스 부문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요식·쇼핑·여행 업종에서 30만원 이상 결제한 고객 모두에게 마이신한포인트 1만 포인트를 지급했으나 올해는 1000명에게만 포인트를 지급하며 이벤트 규모를 지난해 대비 절반가량 줄였다.

삼성카드는 자사 카드를 이용해 할인점에서 선물세트를 구매하면 상품권이나 현장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은 예년과 비슷하게 진행한다. 하지만 추첨으로 주던 경품 규모를 작년 대비 20% 줄이고, 온라인쇼핑 무이자 할부 규모도 축소했다.

KB국민카드는 작년처럼 백화점, 마트, 슈퍼마켓 등 선물세트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거나 상품권을 증정하지만, 추첨을 통해 경품을 주는 행사를 올해 아예 폐지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와 비슷하게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에서 이벤트를 진행하지만, 전체적으로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10~20% 정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씨카드는 올해 마트나 슈퍼에서 구매 시 할인해주거나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만 한다. 지난해 진행하던 골드바 경품 이벤트를 비롯한 다양한 이벤트는 자취를 감췄다.

하나카드도 올 설에는 백화점, 마트, 아울렛 슈퍼 등에서 할인, 상품권 증정, 무이자 할부 등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하지 않는다. 롯데카드는 다양한 유통 가맹점들과 설 판촉 행사를 진행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 그룹 계열사와 공동 판촉 행사, 자체 운영 쇼핑몰, 모바일 상품권 외에는 설 이벤트를 별도로 진행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이마트, 홈플러스 등 타 계열사 마트에서도 선물세트를 사면 할인이나 상품권을 제공했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설 이벤트 축소와 관련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 상태에서 수익성이 나빠지는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사 고객들 반응은 다소 차갑다. 모 카드사 고객인 A씨는 "매출감소 부족분을 결국 고객이 그동안 받았던 판매촉진 프로그램을 축소, 폐지하면서 보전하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카드사 고객 B씨는 "정부가 수수료 인하 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중소 자영업자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인데 이를 일반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카드사의 행태는 한마디로 '갑질형' 횡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김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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