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현대중, 아람코에 지분 19.9% 양도하며 '실탄' 마련
31일 장중 주가 현대중 5% 하락, 대우조선해양은 7% 상승 '대조'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나섰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다. 국내 조선업 '빅2'간 합병으로 저가수주와 과열경쟁이 종지부를 찍을지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공적자금 회수 규모 등을 결정한다.

31일 금융업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채권단인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타진하고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7.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보유 지분가치는 30일 종가 기준으로 2조1500억원에 달한다. 인수방식은 현대중공업지주 주식과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맞바꾸는 '주식 맞교환' 형태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최대 주주는 정몽준아산재단 이사장으로 전체 지분의 약 25.8%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지급 여력이다. 지난해 9월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대중공업의 현금성자산은 1조2486억원이다.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가치 2조1500억원에 못 미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와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와 투자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자금 마련에 숨통을 틔웠다. 아람코는 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한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최대 19.9%까지 인수할 수 있다.

아람코가 책정한 현대오일뱅크의 주당 가격은 3만6000원으로 19.9%에 해당하는 지분 가치는 약 1조7500억원 선이다. 보유 중인 현금성자산과 합치면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살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현대오일뱅크 프리IPO(기업공개)→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매각 여부를 결정한다. 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글로벌 1위의 조선사로 거듭난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의 지난해 말 분석 결과를 보면 현대중공업의 수주 잔량은 1만1145CGT(표준화물환산톤수)로 1위, 대우조선해양은 5844CGT로 2위다. 두 회사의 수주잔량을 합치면 3위인 일본의 이마바리(5253CGT)를 두 배 이상 웃돈다.

주사위는 산업은행으로 넘어갔다.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안을 논의한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결정에 따라 매머드급 조선사 탄생도 가능하다.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대우조선해양이 고부가인 액화천연가스(NLG) 선박 제조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에 이득이 될 것이라는 견해와 대우조선해양과 특화 분야가 겹치는 현대미포조선 등 계열사를 이미 거느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에 큰 실익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31일 주식시장에서 3시 현재 현대중공업 주가는 3%이상 하락한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2% 안팎으로 상승해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산업은행과 협의 중인 건 맞지만 구체적으로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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