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산업은행 "대우조선해양 매각, 조선업계 체질 개선 기대"
현대중,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로부터 자금 유입…종잣돈 마련
KDB산업은행은 31일 대우조선해양(사진)의 매각을 결정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KDB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후 사실상 공기업으로 자리했던 대우조선해양은 20년 만에 새로운 주인으로 현대중공업을 맞이하게 됐다.

◆산은, 대우조선 민영화 개시 "경영 정상화 기반 마련"

산업은행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으로의 민영화를 결정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그리고 삼성중공업 '빅3' 체제인 조선업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빅2'로 체질 개선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의 결정이다.

산업은행은 "강도 높은 자구노력으로 지속적인 다운-사이징(Down-sizing)과 체질 개선을 이뤄냄에 따라 유휴 생산 능력 및 고정비 대폭 감축했다"며 "과거 손실을 초래한 해양플랜트의 인도 및 처리를 사실상 완료하고, 상선 및 특수선 중심으로 사업구조 개선하는 등 재무구조 및 수익성이 나아졌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돈 먹는 하마로 불리며 손실의 원흉이었던 모두 12기의 해양플랜트 중 5기는 인도를 마쳤고, 소난골 2기 등 모두 6기는 처리 방안을 마쳤다. 나머지 1기는 현재 정상 건조 중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근본적인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영화가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고 봤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한 유동성 공급, 채무조정, 자구계획 이행 등 채권단 차원의 구조조정은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다"고 진단하면서 "조선업 비전문가인 산업은행의 관리체제 하에서는 대우조선의 추가적 경영개선에 한계가 있으므로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조선업에 정통한 민간 주주의 자율·책임경영이 필수조건"이라고 매각 이유를 설명했다.

◆ 구주 매각 대신 현물 출자 방식의 경영권 이전

매각은 산업은행이 현물출자 및 대우조선해양 앞 유상증자를 전제로 진행된다. 구주 매각 방식의 경우 매수자 자금부담 과다로 성사여부가 불확실하며, 인수합병 절차 장기 소요로 진행 기간 중 대주주 변경 가능성이 있는 등 대우조선해양 영업 등 경영 전반의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개선이 수반되지 않는 현금 매각거래로 진행 시 매수자의 동반 부실화가 우려돼 현물출자 방식의 경영권 이전을 추진하게 됐다는 게 산업은행의 설명이다.

이런 원칙에 따라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 보유 주식을 현금으로 매입하는 대신 대우조선해양 앞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해 재무구조 개선 및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는데 합의했다. 

또 산업은행은 인수합병 추진 정보 유출에 따른 주가 변동 시 상기 방식의 거래 성사 가능성이 크게 악화되는 바, 현대중공업과 가격을 포함한 거래 조건 확정 후 삼성중공업의 의사를 추후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산업은행은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31일 현대중공업과 기본합의서 체결에 합의했고, 이른 시일 안에 삼성중공업의 의사확인 절차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31일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결정되면서 글로벌 1위 초대형 조선사가 탄생했다. 연합뉴스

◆글로벌 1위, '메머드 조선사' 탄생…득과 실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키로 하면서 글로벌 1위 '메머드급' 조선사가 탄생했다. 1만1145CGT(표준화물환산톤수)로 1위, 대우조선해양은 5844CGT로 2위다. 두 회사의 수주잔량을 합치면 3위인 일본의 이마바리(5253CGT)를 3배 가량이다. 현대중공업의 시장지배력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업체와 저가수주 전쟁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전 세계 수주를 싹쓸이 하고 있는 고부가 LNG운반선 분야에서는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실리를 치밀하게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강성 노조가 자리잡고 있기에 인수합병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또 국내 조선업계 1위 업체의 2위 업체 인수로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현대중공업그룹 내 현대미포조선 등 대우조선해양과 특화 분야가 겹치는 계열사가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의 이번 인수 합병이 큰 실익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 반응은 긍정적이다. 업계에선 "그동안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3사가 저가 수주 경쟁을 하며 제 살 갉아먹기식 경쟁을 벌였다"면서 "이번 합병으로 '빅2' 체제가 구축된 만큼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원가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역시 그동안 수차례 간담회 등에서 "국내 조선 시황과 중국과 경쟁 등을 고려할 때 '빅2' 체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국내 업체 간 합병에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28일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는 사우디 국영 기업 아람코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연합뉴스

◆현대오일뱅크 IPO, 대우조선해양 인수 위한 큰그림?

관건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2조2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매입 자금 마련이다. 매각 방식은 현대중공업지주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의 맞교환 형식이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9월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대중공업의 현금성자산은 1조2486억원이다. 인수에 부족한 자금은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프리 IPO(기업공개)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말 현대오일뱅크는 재무건전성 제고를 목표로 IPO 카드를 꺼냈고, 지난 28일 현대오일뱅크와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업계는 현대오일뱅크가 재무건전성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지만, 시장의 예상은 빗나갔다. 현대중공업은 이렇게 마련한 자금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나섰다. 아람코가 제시한 현대오일뱅크 주당 가격은 3만6000원으로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오일뱅크 19.9%를 전량 매각한다면 1조8000억원대의 자금이 생긴다. 대우조선해양을 사고도 남는 돈이다. 결국 아람코 자금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종잣돈인 셈이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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