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고가형 선물세트 ‘외면’…물가 고공행진에 상차림도 간소화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1층 설 선물세트 배송서비스 접수 코너는 찾는 손님이 없어 휑했다. / 장은진 기자

[한스경제=장은진 기자] “설 선물세트를 찾는 고객이 거의 없어요. 특히 고가 선물세트는 하루에 두세 개 팔리면 많이 팔린 거로 봐요.”

설을 사흘 앞두고 찾아간 31일 롯데백화점 본점은 내국인 고객보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볐다. 점포 안쪽에 자리한 설 선물세트 판매코너를 찾아가자 판매직원들만 보일 뿐 휑했다. 문의하러 오는 고객보다 이것저것 신기하게 구경하러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이 더 많았다.

점포 내에 간간히 보이는 내국인 고객들은 뚜렷한 목적을 두고 움직였다. 이들은 다른 곳에 눈 돌리지 않고 오직 목표한 것만 사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모 (51·여)씨는 “오기 전에 필요한 물건에 대해 미리 찾아보고 가격을 정해서 왔어요”라며 메모된 종이를 보여줬다. 이씨가 보여준 종이에는 할인을 진행하는 제품들이 빼꼭히 메모돼 있었다.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박모(34·여)씨는 선물코너 앞에서 계속 망설인 끝에 구매했다. 이미 다른 백화점들도 둘러보고 왔다는 박모씨는 "저렴하게 이커머스 사이트를 통해 구매할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여서 어쩔 수 없이 백화점을 찾았다"며 "실속세트들이 대거 많이 빠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인근 신세계백화점 본점 사정도 비슷했다. 지하 1층에 마련된 설 선물세트 판매코너에는 직원 숫자가 손님보다 많았다. 과일세트를 보고 있던 주부 강모(37·여)씨는 “생각보다 선물세트에 과일 개수가 적어 고민이다. 다른 선물세트들을 둘러본 뒤 결정해야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떴다.

전날 찾아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분위기도 썰렁하긴 마찬가지였다. 고가의 선물세트들의 경우 이미 할인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경하는 사람조차 없어 선물세트 매대에는 직원들만 우두커니 지키고 서 있었다.

고가형 설 선물세트 판매코너에 눈길을 주는 고객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장은진 기자

대형마트의 상황은 백화점보다 나았지만 상황은 비슷했다. 주부들은 할인행사 중인 제품끼리도 가격을 비교해 더 저렴한 상품으로 선택해 구매했다. 더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카트에 넣었던 상품들도 다시 빼 비교해보는 주부들도 여럿 보였다.

30일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만난 이모(53·여)씨는 “신선식품들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올해 차례상 비용을 대충 계산해 봐도 지난해보다 더 들 것 같아서 넉넉하게 잡았는데 그 금액도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최모(39·여)씨는 신선식품 가격을 확인하고 미련없이 발길을 가정간편식 쪽으로 돌렸다. 그는 “신선식품 가격을 봤는데 대충 계산해봐도 완제품 위주로 제사상을 차리는 게 이득”이라며 “상차림을 조금 간소화하고 아이들도 즐겨 먹을 만한 음식들로 사서 가족들과 함께 즐길 예정”이라고 했다.

같은 날 저녁 9시 방문한 홈플러스 목동점은 늦은 밤에도 고객들로 붐볐다. 특히 신선식품과 수산코너에는 당일 마감제품을 사려는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정육코너 역시 땡처리 상품과 저렴한 제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고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홈플러스에서 만난 강모(48)씨는 “일부로 퇴근 후에 가족들과 다 같이 대형마트를 방문했다”며 “당일 마감제품을 구매하면 좀더 싸게 살 수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도 그런 상품이 많아 설날 음식까지 다 장 보고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은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신선식품 코너나 수산물 코너로 발길을 돌렸다./ 장은진 기자

대형마트의 경우에도 설 선물세트를 구매하는 고객은 보기 힘들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공통적으로 설 선물세트 매대 앞에서 상품을 구경하거나 구매하는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5만원 이상 가격대의 홍삼이나 과일 선물세트 매대 앞에는 직원들만 지나가는 손님들에게 설명하기 바빴다.

설 선물 매대를 지키던 직원 김모(29·여)씨는 “고객들이 5만원 이상 제품들도 비싸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래도 생활용품 위주의 공산품들로 구성된 선물세트들은 좀 팔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올해 기록적 한파가 예측돼 설 차례상 비용 역시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극심한 한파가 없어 올해 설 차례상 비용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채소류는 지난해와 비교해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매년 겨울이면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천정부지로 올랐던 닭고기와 계란도 야생조류 예찰과 방역 조치 등 사전 차단 대책으로 안정된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일과 견과류는 지난해 이상기후로 인한 착과율 감소로 평년 대비 조금 높게 거래되고 있다. 

장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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