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해외수주 부진으로 1조 클럽 재진입 실패
2019년, 해외부문서 수주 성장이 실적 좌우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영업이익 1조 클럽’ 타이틀을 놓고 건설사들의 희비가 갈렸다. 창사 이래 처음 1조 클럽을 달성해 웃는 곳이 있는가하면, 해외사업 탓에 영업이익이 크게 쪼그라든 건설사도 나왔다. 올해에는 해외부문에서의 수주 성장이 한해 건설사의 성적표를 가를 전망이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대림산업은 연간 영업이익으로 창사 후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 10조9861억원, 영업이익 8525억원이다. 영업이익 가운데 건설사업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877억원 증가한 5071억원으로, 회사 전체 영업이익의 성장을 견인했다. 연간 수주는 8조7891억원으로, 연간 수주목표인 7조원을 초과 달성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주택사업은 업계 최고 수준의 안정된 원가율을 기록하며 수익성 확보의 원천이 됐다”며 “1조원 규모의 사우디 마덴 암모니아 플랜트 공장 건설 프로젝트와 7400억원 규모의 GTX A 공사를 수주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 GS건설, 사상 처음 1조 클럽 진입
GS건설도 창사 이래 최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GS건설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세전이익 모두에서 역대 최고 경영실적을 거뒀다. 영업이익 1조649억원, 매출 13조1416억원, 세전이익 8392억원, 신규 수주 10조9218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234.2% 늘어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세전이익도 흑자 전환하며 수익성 지표가 대폭 개선됐다.
GS건설에 따르면 매출증가는 건축·주택부문과 플랜트부문 견인에 기인한다. GS건설은 지난해 건설사 중 공급 물량 1위를 기록하는 등 분양 호조를 이어갔다. 건축·주택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7.4%가 증가한 7조1398억원을 달성했고, 플랜트부문도 전년대비 31.5%나 증가한 4조8044억원의 매출로 회복세를 보였다. GS건설은 “플랜트 매출 총이익률이 2017년 -10%에서 지난해 10.6%로 반전해 수익성 부문에서도 턴 어라운드했다”고 설명했다.
조윤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해외 공사현장에서 일회성 이익과 손실이 모두 발생했는데도 4분기 영업이익은 20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며 “해외 현장에서의 추가 공사비가 GS건설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극도로 낮아졌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GS건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22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6.8% 증가했다.
5대 건설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삼성물산도 전년보다 25.3% 늘어난 1조104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연간 매출액은 전년보다 6.4% 늘어난 31조1560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건설 부문이 삼성물산 전체 영업이익을 견인했다. 건설 부문의 연간 영업이익은 7730억원으로 전년보다 54.3%나 늘었지만, 상사(-2.7%)·패션(-24.2%)·리조트(-18.3%) 부문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줄었다.
건설부문 수익성이 안정되면서 삼성물산 실적 개선의 1차 동력이 됐다. 경쟁 건설사와 달리 주택 매출 비중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영업이익 1조원의 기초체력을 증명했다는 점은 의미 있는 수치로 보인다.
◆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 1조 클럽 이름 못 올린 이유
건설업계 맏형인 현대건설은 해외현장 준공 등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잠재 손실을 선반영 한 탓에 1조 클럽 달성에 실패했다. 매출 16조7309억원, 영업이익 8400억원을 기록해 2017년 대비 매출은 0.9%, 영업이익은 14.8% 각각 감소했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1조893억원, 1조159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해외수주 부진이 1조 클럽 달성에 발목을 잡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서 수주를 확대하고 가스·복합화력·해양항만·송변전 등 경쟁력 우위 공종에 집중할 것”이라며 “신시장·신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지난해보다 26.6% 증가한 24조1000억원으로, 영업이익은 19% 늘어난 1조원 탈환을 목표로 잡았다.
대우건설은 2010년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을 인수한 이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은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비 50% 가까이 늘었다. 대우건설의 지난해 매출은 10조6055억원, 영업이익은 6287억원, 당기순이익은 2973억원이다. 전년대비 매출은 9.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46.6% 늘었고 당기순이익도 15.3% 증가했다. 대우건설은 최근 2년간 해외사업의 선별적인 수주와 국내 분양물량 감소로 인해 매출이 다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부문별 매출은 주택건축 사업이 6조5156억원으로,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플랜트사업 1조9445억원, 토목사업이 1조7313억원을 기록했다.
◆ 해외부문 수주, 올해 실적 가른다
올해에는 해외부문에서의 수익성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건설사들의 한해 성적표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주요 건설사의 해외 저수익 현장의 프로젝트들이 종결 수순을 밟고 있고, 신규수주가 올해부터 재개되는 점이 이유다.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아 급격한 수주의 증가는 어렵지만, 그럼에도 대안은 수주성장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016~2018년 3년간 낮아진 해외수주 속에서도 올해에는 GS건설, 대우건설 등 모두 지난해보다는 해외수주에 적극적이겠지만 변화의 폭은 현대건설이 가장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사들은 올해부터 해외수주 업사이클에 진입했다”며 “단순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설계·구매·시공)에서 기본설계(FEED, Front End Engineering Design), LNG(액화천연가스) 액화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점은 수익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