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한빛 기자]

“할머니 사랑해요. 사랑합니다”

1일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고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이 엄수됐다/사진=임민환 기자

또 한 분의 ‘위안부’ 희생자가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 1일 오전 서울 종로 예전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인권운동가이자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故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이 엄수됐다. 할머니는 2017년 대장암 진단 이후 1년간의 투병 끝에 지난달 28일 별세했다.

할머니의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행진이 이어졌다. 할머니 영정사진을 든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의 뒤를 이어 평화를 상징하는 노란 나비를 든 시민들은 시청광장, 광화문 세월호 광장을 지나 일본대사관 앞에 멈춰 섰다. 새 건물을 짓기위해 가림막이 둘려쳐진 구 일본대사관의 건너편은 올해로 27년째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 시위’가 열리는 곳으로 김 할머니는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자리에 참여했다.

고 김복동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든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사진=강한빛 기자

“오늘 할머니께서는 이 자리에,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영결식 진행을 맡은 최광기 시민운동가가 운을 뗐다. 뒤를 이어 판소리 공연팀 ‘바닥 소리’의 상여소리, 묵념과 추모사, 살풀이, 헌화로 이어졌다. 할머니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나오자 곳곳에선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할머니 이렇게 가시면 어떡해요”

‘당신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우리의 영웅 김복동’ ‘일본군 성노예 책임자 처벌’ 등 문구가 적힌 만장이 바람에 흩날렸다.

1일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고 김복동 할머니의 영결식이 엄수됐다/사진=강한빛 기자

추모사를 읽은 권미경 연세대학교 의료원 노동조합위원장은 "할머니 앞에서 노래 부르던 제 딸이 이제 14살이 돼 중학교 교복을 맞추고 할머니를 뵙기 위해 빈소로 갔다“며 ”할머니 영정사진 앞에 선 딸의 모습을 보니 할머니가 ‘위안부’로 끌려갔던 게 그 나이였던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리곤 ”늘 뒤 돌아 계시던 할머니가 언젠가 손을 꼭 잡고 ‘짜장면 먹고 가’라고 해서 먹은 짜장면은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라며 울먹였다. 그 뒤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을 필두로 한 상주단이 헌화가 이어졌다.

자리에 함께한 대학생 김민지씨는 “김복동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이라도 함께 하고 싶어 왔다”라며 “생존해 계신 할머니들을 위해서라도 일본 정부가 어서 빨리 사죄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3명이다.

김복동 할머니의 유해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 후 천안 망향의동산에 안치된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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