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심, ‘성인지 감수성’ 강조
"피해자 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은 편협한 관점“
안희정 측 즉각 상고
비서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안희정.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박창욱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1심 판결과는 달리 2심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가운데 판단 근거인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1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및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씨가 사건상황과 행위내용,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상호행동, 당시 피해자가 느낀 감정에 대해 말한 부분이 구체적이며,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진술이 어려운 세부적인 내용도 상세하게 묘사해 진술 내용에 비합리적이거나 모순이 없다"며 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8월1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안 전 지사에 무죄를 선고하며 피해자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성관계에 있어 위력 행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가 최초로 간음이 이뤄졌다고 주장한 지난 2017년 7월30일 러시아 호텔에서의 상황에 대해서 1심은 "고개를 숙인 채 '아닌데요' 라고 중얼거리며 소극적으로만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는 김씨의 주장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봤다. 뿐만 아니라 “안 전 지사가 김씨를 길들이거나 압박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5개월 만에 판결이 180도로 뒤바뀐 이유는 그간 성폭행 피해 여성들에 대해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와, 특히 지난 10월 성폭행 피해 부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2017년 4월 폭력조직원인 A씨가 한 여성을 협박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때 1심과 2심에서 A씨가 무죄를 선고받자 지난해 3월 전북 무주의 한 캠핑장에서 부부가 함께 목숨을 끊은 바 있다.

당시 이 사건을 맡았던 하급심이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 직후 가해자와 자연스럽게 식사를 했다며 무죄를 선고했는데 대법원이 이 판결을 두고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됐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성범죄 피해자에게 나타나는 양상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피해자다움'을 요구해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안 전 지사가 범행 당시 '업무상 위력'이 존재했는지에 대한 판단도 바뀐 것으로 보인다. 2심은 "당시 피고인이 국내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불린 만큼 절대 권력으로 인식했을 것"이라며 "비서 업무 내용 및 강도와 피해자가 상시적으로 피고인의 심기를 살피는 것을 보면 지위, 권세 및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무형적 위력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즉, 안 전 지사가 업무상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구체적인 행동이 없더라도 피고인의 지위 등 무형적 위력의 존재만으로도 성폭력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한편 안 전 지사 측은 ”전체 맥락과 함께 객관성 등도 판단해야 하는데 진술의 일관성만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하며 즉각 상고했다.

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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