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그 동안 줄곧 강인한 캐릭터를 연기한 정우성이 영화 ‘증인’(2월 13일 개봉)을 통해 따뜻한 휴먼드라마로 돌아왔다. 극 중 평범하고 인간적인 변호사 순호 역을 맡아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 연기를 펼쳤다. ‘증인’은 살인 용의자의 변호를 맡게 된 변호사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아 소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로 제5회 롯데 시나리오 공모대전 대상작이다. 정우성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마음이 따뜻했다. 이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다”며 출연 이유를 밝혔다.

-기존의 캐릭터들과는 다른 모습을 연기했는데.

“그렇게 해야겠다는 의도가 있던 건 아니었다. 시나리오가 좋았고, 이게 화면으로 드러났을 때 많은 관객들이 공감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작품에 대한, 그리고 감정 표현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신이 많았다. 기존에 했던 것과 달라서 어렵지 않았나.

“어떻게 보면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들은 자유롭지 못하고 속내를 감추는 역할이었다. 이번 역할이 감정의 증폭이 다양하다 보니 더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어려운 점은 딱히 없었다. 순호는 즉흥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캐릭터 자체가 순수한데 어떻게 연기하고자 했나.

순호는 순수함을 지키려는 의지가 있는 남자일 뿐 순수한 남자는 아닌 것 같다. 지우라는 순수한 대상을 만나면서 본인이 지키고자 했던 초심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남자였던 것 같다. 뻔한 법정드라마가 될 수 있었는데. 순호의 딜레마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어떻게 다른 휴먼드라마를 만들 수 있으니까."

-김향기는 역할을 위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우들을 만나기도 했다.

“나는 우연치 않게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다. 따로 만나지는 않았다. 내가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친구들을 만난다면 김향기가 표현하는 지우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것 같았다.”

-김향기와 호흡은 어땠나.

“너무 편했다. 그 동안 주로 남자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며 으르렁대지 않았나. 이번 현장은 포근한 안식처에 있는 느낌이었다. ‘아재’ 개그도 가끔 하곤 했다. 워낙 (김)향기가 말수가 적어서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서로를 바라보고 느끼는 시간적 여유를 서로 주는 것도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향기가 어떤 배우고 어떤 고민을 하는지 옆에서 보고 있어도 느낄 수 있으니까.”

-순호는 지우를 통해 자폐 소녀에 대한 편견을 깬다. 연기를 하면서 깬 편견이 있다면.

“요즘은 서로 많은 부분에서 편견을 느끼는 것 같다. 그 편견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두가 고민하는 듯하다. 나는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편견으로 대했을 때 상처가 된다는 걸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편견 없이 온전한 인격체로 바라보고자 한다.”

-대중이 정우성에게 어떤 편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나.

“이미지에 대한 고착이다. 아무래도 데뷔하고 난 뒤 상업적 광고 속 쌓은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비주얼적인 요구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어느 순간 내 외모로 농담을 하기도 한다. 데뷔 초부터 붙은 수식어를 내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난민 문제 등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걸 주저하지 않는데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끼치나.

“그렇지는 않다. 영화가 사회적으로 어떤 파급력과 영향을 끼치는지를 잘 알고 있다. 아무래도 경력이 쌓이다 보니 작품을 선택할 때 윤리적인 측면도 생각하게 된다. 어렸을 때부터 저소득층 집안의 아이로 제도권 밖으로 튀어나와 살다 보니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을 자연스럽게 많이 했다. 그런 게 성장하면서 확고해진 것 같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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