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진선규가 영화 ‘극한직업’(1월 23일 개봉)을 통해 또 한 번 진가를 발휘했다.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에서 688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는 살벌한 연기를 펼친 그가 ‘극한직업’에서는 전혀 상반된 코믹 연기로 관객들의 배꼽을 잡게 했다. 극 중 마약반의 트러블 메이커 마 형사로 분해 요리와 수사, 다방면을 오고가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진선규는 “‘범죄도시’ 위성락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병헌 감독의 팬이라던데 ‘극한직업’은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날 아무도 모르던 때 이병헌 감독님의 전작 ‘스물’을 보고 팬이 됐다. 어떤 모임에서 한 번 같이 술을 마신 적이 있는데 감독님도 말수가 없는 편이고 나도 분위기를 주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둘 다 말없이 소주만 마셨다. (웃음) 그 후 영화제에서 ‘범죄도시’로 상을 받고 나서 처음 들어온 시나리오가 ‘극한직업’이었다. 시나리오도 너무 재미있었는데 내가 맡은 역할이 엄청 크더라. ‘이게 정말 나한테 들어온 시나리오가 맞느냐’고 재차 물었다. 그날 바로 ‘출연 하겠다’고 답했다.”

-코미디 연기가 처음이라 많이 긴장했을 것 같다.

“나는 (류)승룡 형이나 (이)동휘, (이)하늬, (오)정세 형처럼 많은 매체에 드러난 인물이 아니었다. 첫 코미디 연기기 때문에 더 겁났다. 감독님이 그린 그림 안에만 잘 들어갈 수 있게 여기를 준비했다. 감독님 특유의 코미디 언어를 잘 살리고 싶었다.”

- ‘범죄도시’의 위성락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인데 불안하지 않았나.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기분이 좋았다. 위성락은 내 인생을 바꿔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으로 삭발을 하고 다녔는데 그 때 딱 ‘극한직업’이 들어왔다. 같은 연기를 반복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장르가 바뀌니까 작품에서 내 느낌이 다르게 묻어나더라.”

- ‘극한직업’에서 이하늬와 멜로 연기를 하게 됐는데.

“아니다. 격정적인 액션신이다. 물론 이런 장면이 있다고 윤계상에게 말을 하긴 했다. 정말 쿨하게 ‘괜찮다’고 하더라. 내 기대와 달리 액션 신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웃음)”

-치킨을 요리하는 마 형사 역을 맡았다. 기름 냄새에 힘들었을 텐데.

“힘들었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전문가 분에게 닭 발골 기술을 많이 배웠다. 생닭 한 마리를 총 16등분해 튀기는 것부터 파 써는 연습까지 하나하나 익혔다. 닭은 이제 잘 자를 수 있을 것 같다. 집에서 해 먹고 싶은데 들어가는 기름 양이 어마어마하다보니 시도하지 못했다.”

-평소 성격은 굉장히 순한 편인 것 같다.

“이름도 선규 아닌가. (웃음) 어렸을 때 가정환경이 좋지 않다보니 어머니가 늘 우리 삼남매에게 ‘인사 잘하고, 착하고, 겸손하게’ 사람을 대하라고 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랐다. 이렇게 평생을 살다보니 익숙해진 것 같다. 그런데 연기를 할 때는 내가 아닌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너무 즐거운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늘 1시간 일찍 가서 분장한다. 그 모습을 보는 게 좋아서. 달라지는 내 모습이 좋다.”

- ‘범죄도시’ 이후 많은 변화가 생겼을 듯하다. 대중 인지도도 높아졌는데.

“무명시절과 달리 날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 그런데 머리를 좀 기르고 나서는 잘 못 알아보시기도 한다. 나는 똑같이 대중교통을 타고 다닌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데 눈썰미 좋으신 분이 쳐다보시면 눈인사를 한다. 물질적으로는 전보다 출연료가 좀 올랐다. 지인들이 이사는 안 가냐고 물어보는데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웃음) 연극하는 후배들을 만나 몇 번 쏘고 계산할 정도의 여유는 생겼다. 후배들이 부담을 느끼니까 몰래 계산한다. 더 사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그야말로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두렵지 않나.

“아직 두려움은 없다. 너무 좋은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극한직업’을 비롯해 내가 출연하는 작품들이 모두 잘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려고 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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