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설 상여금 없는 정유업계, 실적 부진에 성과급 잔치도 끝나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억대 연봉을 자랑하며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정유업계가 우울한 설날을 맞이하게 됐다. 최근 역대급 실적을 매년 기록하며 성과급 잔치를 벌여왔지만, 올해는 업황 불황에 직격탄을 맞으며 줄어든 성과급에 우울한 '민족 대명절'을 보내게 된 것이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815명을 대상으로 '설 지출 부담감'에 대해 조사한 결과 76.3%가 "설 명절 지출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직장인들이 설 연휴 동안 지출할 금액은 평균 43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절대적인 액수만 놓고 보면 억대 연봉을 수령하는 정유 업계 종자들에게 큰 금액은 아니지만, 명절 상여금도 없는 상황에서 예년만 못한 성과급 비중에 고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명절 상여금이 따로 없는 정유업계가 실적 부진에 따른 성과급 축소로 비교적 우울한 설날을 맞이하게 됐다. / 
사진= 각 사 홈페이지 

◆ 실적 부진에 성과급 잔치도 끝났다

정유 4사는 지난해 4분기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급락으로 막대한 재고평가손실을 떠안았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는 지난해 4분기 유가급락으로 재고평가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정유 4사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4조6960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치며 애초 기대했던 8조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 맏형'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1202억원으로 전년 대비 34.2% 하락했다. GS칼텍스는 1조2342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38.3% 감소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전년 대비 41.9% 떨어진 6610억원을 기록했고, 에쓰오일은 전년 대비 50.4% 하락한 68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반토막난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억대에 가까운 평균 급여(8900만원)를 지급한 SK에너지는 지난해 초 연봉의 5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7년 역대 최대인 3조234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SK에너지를 포함한 계열사들은 두둑한 성과급을 지급한 것이다. 

다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실적이 하락하며 두둑한 성과급을 기대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직원 평균 연봉은 적정 수준이지만, 성과에 따른 보상은 확실하게 하자는 것이 회사 기조"라며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락했기 때문에 성과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 4개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설날은 물론 명절 상여금은 따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 정유 4사, 명절 상여금도 없어

국내 정유 4개사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설날은 물론 명절 상여금은 따로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가 명절 상여금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확인 결과 연봉에 포함된 일부 금액을 설날과 추석에 나눠 지급하는 것으로 연봉 이외의 추가 수당은 아니다.

주기적으로 지급하는 명절 상여금이 없음에도 정유업계가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이유는 최근 업계 호황에 따른 성과급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 모두 명절 상여금은 따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타 산업군과 비교해 성과급 비중이 높은데 올해는 업황 불황으로 실적에 따른 보상을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비교적 우울한 설날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97개사를 대상으로 '2019년 설 연휴 및 상여금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라는 기업은 67.8%로 지난해보다 3.7%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의 근로자 1인당 평균 상여금은 111만3000원으로 지난해(108만1000원)보다 3만2000원(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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