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 한미FTA 미국측 협상 대표 "어떤 결과 나올지 몰라, 대비해야"
김현종 본부장 美 각계에 "자동차 관세 부과말라" 호소
트럼프 다음 달 17일 美 상무부 보고 후 90일 안에 관세 여부 결정
김현종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미국을 찾아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정부의 관세 폭탄 움직임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통상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러 간다."

김현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29일 비장한 각오를 품고 미국으로 향했다. 김 본부장은 출국에 앞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통상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한민국 통상교섭본부는 오늘도 일하러 간다"고 적었다.

대한민국 경제의 주춧돌인 자동차 산업이 미국발 관세폭탄 위협 속에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등을 근거로 전방위로 한국차를 비롯한 수입산 차량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국 정부가 어떤 관세 카드를 꺼내드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6일까지 미국에서 정·관계 고위 관계자를 만나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전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명백한 '보호무역 장벽'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한 수입 상품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규정한 일종의 '보호무역 장벽'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산 차량에 대해 관세 25%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7월에도 김 본부장은 미국을 찾아 다양한 협상 전략을 펼쳤다. 김 본부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으로 자동차 분야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기우임을 강조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지한 자동차 관세 상호 0% 적용 등 상호 호혜적 교역여건이 이미 조성됐다고 설파했다. 또 김 본부장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국 투자 등이 미국경제에 크게 기여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라는 사실을 거듭 각인시켰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측 한미FTA 협상 담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한 한국의 다양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경련 제공

미국 정부가 만지작 거리는 예상 관세 카드는 크게 세 가지다. 타격이 큰 순서대로 살펴보면 먼저 ▲별도 협상 없이 미국 정부가 모든 수입차에 20~25%의 관세를 부과하는 1안이다. 이어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전기차, 공유차 유관 기술에만 관세를 책정하는 2안도 검토 대상이다. 끝으로 ▲3안은 1안과 2안의 절충안으로 중간 수준의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두고 미국 정부는 고심 중이다.

만약 미국 정부가 1안을 한국산 차량에 적용한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가 지난해 3월 펴낸 '미국통상압력 조치 및 전망과 파급영향' 자료를 보면 미국이 관세를 1% 올리면 한국의 대미수출은 1.23% 줄어든다.

최 교수는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총생산액은 188조97억원 감소하고 부가가치는 51조5682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 산업의 직접 일자리만 64만6016개 사라지고 파급효과로 추가적인 일자리 51만1475개가 없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 적용시 한국이 제일 큰 타격 입어
 
한국무역협회 역시 암울한 전망을 했다. 미국이 자동차 부품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하면 수출 감소율이 가장 큰 국가는 마이너스 22.7%인 한국이 될 것으로 봤다. 현재 자동차 1000대를 판다고 가정한다면 25% 관세 적용 후에는 773대만 팔리는 셈이다. 이는 일본(21.5%), 독일(21.0%), 중국(21.3%)과 비교해도 한국의 피해가 여타 국가보다 크다.

미국 상무부는 이르면 다음 달 17일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문제를 검토한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를 수령한 날로부터 90일 이내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여부를 결정한다.

커가는 위기 의식 속에 우리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례적으로 무역확장법 232조 방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산업부는 7일 홈페이지 상단에 김 본부장의 방미 활동을 여러 컷의 사진과 함께 비중 있게 다뤘다. '자동차 232조 관련 美행정부 핵심인사 면담'이라는 제하의 사진과 글 등 활발한 대국민 홍보 게시물이 눈길을 끈다. 그만큼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 문제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방증이기도 하다.

산자부는 7일 이례적으로 김종현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 성과를 홈페이지에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나서고 있다. 산자부 홈페이지

산업부가 공개한 자료를 정리하면 김 본부장은 이번 방미 기간 동안 워싱턴 D.C에서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 대표,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장관 등 트럼프 행정부 핵심인사를 만났다. 김 본부장은 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전방위 노력을 가하는 한편 한국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협조와 지지를 당부했다.

산업부는 "김 본부장이 '한국이 미국의 주요 교역국 중 가장 먼저 FTA를 개정해 발효했다'는 점을 들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면 안된다고 설파했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또 "김 본부장의 이런 노력에 트럼프 정부 인사들 역시 '한국이 한미FTA 개정협정 비준 등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폭탄'이 어디로 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웬디 커틀러 전 한미FTA 협상대표이자 현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열린 '2019 글로벌 통상전쟁 전망과 대응과제 세미나'에서 "미국이 수입자동차 규제와 관련해 3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제외를 요청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최종적으로 어떤 방식이 될지 알 수 없기에 모든 가능성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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