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개봉 15일째 '천만' 영화 등극한 '극한직업'
가벼운 코미디에 생계형 형사 이야기로 공감 극대화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극한직업’이 개봉 15일째인 지난 6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첫 ‘천만’ 축포를 쐈다. 한국영화로는 ‘명량’ ‘신과함께-죄와 벌’ ‘국제시장’ 등과 함께 18번째 기록이다. 그 동안 한국영화들이 외화의 기세에 눌려 흥행에 실패했던 만큼 ‘극한직업’의 이 같은 성과는 더욱 의미가 깊다.

■ 빠른 흥행속도..개봉 5일째 손익분기점 돌파

‘극한직업’은 개봉과 동시에 가파른 흥행 속도를 과시했다. 개봉 첫 날 36만845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역대 코미디 영화 중 최고 오프닝을 비롯해 1월 개봉 영화 기록을 경신했다. 개봉 주에만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5일만에 손익분기점(230만 명)을 가뿐히 넘어섰다. ‘7번방의 선물’ ‘수상한 그녀’ 등 코미디 영화의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베테랑’(276만), ‘도둑들’(284만)의 개봉 첫 주 누적 관객수도 넘어섰다. 개봉 8일째 400만, 10째 500만, 15일째 1000만 관객을 넘어섰다.

물론 이 같은 흥행에는 ‘쏠림 현상’도 존재했다. 개봉 첫 주말인 지난 달 27일 스크린 수 1977개, 상영횟수 1만 626회, 스크린 점유율은 30.4%, 상영점유율 54.7%를 기록했다. 국내 극장 스크린 전체의 절반 이상이 ‘극한직업’을 상영한 것이다.

그러나 ‘극한직업’의 흥행 몰이에 비판적인 시선보다 응원하는 분위기다. 지난 해 추석과 연말 개봉한 한국영화 기대작들이 관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며 한국영화의 침체기는 계속됐다. ‘극한직업’은 체면을 차리지 못하는 한국영화의 부흥을 다시 알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극한직업’의 흥행이 한국영화의 전성기를 다시 살리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높은 좌석 판매율 역시 영화의 식지 않는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지정된 좌석 수 중 실제 관객 비율을 따지는 좌석판매율의 경우 63.4%(6일 상영 기준)를 기록했다.

■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

‘극한직업’은 순 제작비 65억 원이 투입된 영화로 국내 상업영화 기준으로 대작에 속하지 못한다. 고정 팬을 보유한 시리즈물도 아닌데다 톱스타의 부재에도 1000만 고지를 넘어선 점에서 주목 받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볼 수 있는 가벼운 코미디라는 점이 관객들을 사로잡은 가장 큰 이유다.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윤인호 홍보팀장은 “영화가 쉽고 선정성, 잔인함이 없기 때문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관객층이 빠르게 확장되는 것 같다”며 “관람평들을 살펴보면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또 봐야겠다는 의견들이 많다. 설 연휴 온 가족이 보기에 안성맞춤인 영화로 입소문이 났다. 정통 코미디에 대한 관객들의 목마름 역시 흥행에 한 몫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병헌 감독 역시 “오로지 관객들을 웃기자는 마음 하나로 ‘극한직업’을 만들었다”며 “매 장면 코미디 요소를 삽입했다. 너무 과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웃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극한직업’은 상대적으로 이렇다 할 경쟁작이 없는데다 설 연휴와 방학 시즌 개봉함으로써 흥행에 더욱 탄력을 받았다. ‘극한직업’ 개봉 7일 후 공효진, 류준열, 조정석을 내세운 ‘뺑반’이 개봉했으나 관객들이 엇갈리는 평가 속 더딘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 생계형 형사들의 이야기, 서민 관객 사로잡다

‘극한직업’은 기존의 형사물 속 형사들과 전혀 다른 캐릭터들을 탄생시키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문충일 작가의 한국콘텐츠진흥원 청년지원작에 선정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서민적인 캐릭터들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좀비 반장’으로 불리는 고 반장(류승룡)을 바탕으로 꾸려진 마약반 형사들의 ‘짠내’ 나는 이야기가 관객들의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자아낸다는 평가다.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마약반 형사들이 마약 잡범을 잡는 과정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며 관객의 시선몰이에 성공한다.

어느 특정 캐릭터에만 편향되지 않고 팀플레이를 주축으로 한 점 역시 영화의 매력 포인트로 꼽힌다.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은 겹치는 점 없이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캐릭터들을 코믹한 연기로 소화했다. 실적 부진으로 해체 위기에 놓였음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웃프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윤 팀장은 “요즘같이 사는 게 팍팍한 세태 속에서 극한의 생업 전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평범한 시민들이 영화 속 주인공들의 활약을 보며 힐링과 공감대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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