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유사 가운데 공급가 가장 낮지만, 자영 주유소 비율↑·지가 높은 곳 밀집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서울에 있는 SK주유소 5곳 가운데 2곳이 정부의 유류세 인하분과 국제유가 하락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SK에너지는 "권한 밖의 일"이라며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단법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SK주유소 5곳 가운데 2곳이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와 국제유가 하락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SK에너지

10일 업계에 따르면 사단법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 기준 상표별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와 유류세 인하 직전인 지난해 11월 5일의 가격을 비교해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국제유가 하락을 반영해 휘발유, 경유 가격을 인하한 비율이 가장 적은 정유사 브랜드는 SK에너지로 밝혀졌다. 

이 기간에 국제 휘발유 가격 하락분(179.6원)과 유류세 인하분(123원)의 합계액(302원) 이상으로 휘발유 가격을 낮춘 서울 지역 주유소는 전체의 71%로 집계됐다.

정유사별로는 현대오일뱅크 주유소의 80.2%가 302원 이상 내려 가장 비율이 높았고, 에쓰오일과 GS칼텍스가 뒤를 이었다. 이에 비해 SK에너지의 경우 58.8%만 302원 이상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단위로 조사 범위를 넓혀도 SK에너지 주유소는 전체의 88.9%만 302원 이상을 인하한 것으로 나타나 정유 4사 가운데 유일하게 90%를 밑돌았다. 현대오일뱅크는 94.6%, 에쓰오일은 93.6%, GS칼텍스는 93.0%였다.

◆ 공급가는 가장 낮지만…직영 주유소 비율 낮고·높은 지가에 밀집

SK에너지의 기름값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직영점 비율을 비롯해 비싼 임대료, 고가 정책 등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친 것은 직영점 비율이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SK에너지의 서울 지역 주유소 150여곳 가운데 직영점은 12곳에 불과하다. 유류세 인하분과 국제유가 하락분을 가장 많이 반영한 현대오일뱅크는 79곳 가운데 직영이 25곳으로 30%에 달한다. 

직영 주유소는 본사에서 유류 가격을 책정하는 반면, 자영 주유소는 마진 비율을 직접 결정한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직영점은 (유류세 인하분·국제유가 하락분을) 100% 반영하지만, 자영은 사실 개별 주유소 사장이 가격을 결정한다"면서 "공급가를 인하해서 주유소나 대리점에 판매하지만 자영 주유소 가격은 우리 권한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SK주유소는 보통 휘발유 기준으로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낮은 공급 가격을 기록했지만, 높은 자영 주유소 비율과 더불어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 주유소가 많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유류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오피넷 홈페이지

또한, SK에너지 주유소들은 임대료가 높은 지역(강남구, 중구)에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피넷에 따르면 강남구 42개 주유소 가운데 SK에너지가 20곳으로 가장 많았고, GS칼텍스(11곳), 에쓰오일(6곳), 현대오일뱅크(5곳)가 뒤를 이었다. 중구 12개 주유소 가운데 SK주유소가 5개, GS칼텍스 4개,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은 1곳 순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에너지 주유소는 이른바 '목'이 좋은 곳에 많이 있다 보니 지가, 임대료 등이 비싸 일부 매장의 기름값이 높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유소 공급가는 SK에너지가 가장 낮았다. 

지난달 5째주 정유사 공급가(휘발유)를 보면 SK에너지는 1217.19원으로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낮았다. 반면 유류세 인하와 국제유가 하락분을 가장 많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난 현대오일뱅크는 1442.83원으로 가장 높은 공급가를 나타냈다.  

결과적으로 SK에너지는 정유사 가운데 가장 낮은 공급가에도 높은 자영 주유소 비율과 상대적으로 지가가 높은 곳에 주유소가 밀집해 유류가가 높게 책정됐다. 

한편, 주유소 유류 판매가는 정유사의 공급가를 토대로 임대료, 인건비 등 운영비가 포함된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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