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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솔이 기자] 국내증시가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그간 코스피를 끌어올렸던 미·중 무역협상 기대감에 암운이 드리운 탓이다. 또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옵션 만기일이 맞물려 있어 국내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코스피 예상밴드는 2180~2260이다. 지수는 지난 8일 전주 대비 1.2% 감소한 2177.05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상승 요인으로는 미·중 무역협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 북·미 정상회담, 미국 기업 호실적 등이 꼽힌다. 반면 국내 주요 기업 실적 부진, 미국 제조업 지표 둔화, 미국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관련 의회 대치 등은 지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미·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 관건

증권업계에서는 이번주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의 성과에 따라 국내증시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오는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11일부터 제프리 게리시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차관급 협상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이번 협상에서 논의되는 미·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이달 시진핑 주석과 만나는지’ 질문에 “아니요”라며 “아마도 나중에 만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른바 ‘90일 휴전’ 시한인 다음달 1일까지 무역분쟁 종결될 가능성도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글로벌 증시는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이번주 무역협상을 통해 미·중 정상회담 개최와 무역협상 진전이 확인된다면 국내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유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 일정에 따라 미·중 무역협상이 순연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중(對中) 관세 인상 시점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시적인 노이즈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외국인 선물 매매 동향 주목해야

또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발표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우선 오는 13일 미국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공개되는 데 이어 14일에 12월 소매판매와 1월 생산자물가지수가, 15일에 1월 산업생산과 설비가동률 등이 나온다. 이들 지표가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중요한 참고지표인 만큼 시장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옵션만기일을 앞두고 외국인 선물 매매 동향에 따른 수급에 주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외국인의 지수선물 60일 누적 순매매 추이가 잠재적인 하락 위험을 회피하는 쪽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이 추이는 일반적으로 -5만~4만 계약 사이에서 순환해왔으나 최근 실적 불확실성 탓에 4만 계약 고점권에서 하락 전환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주 시장의 초점은 2월 옵션만기 수급 변수에 집중될 것”이라며 “관건은 외국인 지수 선물 수급인데 현재 국내·신흥국의 실적 펀더멘털(기초체력) 환경은 중립이하의 수급 구도 전개 가능성을 암시한다”고 진단했다.

◆ “IT업종 밸류에이션 매력적…상승세 지속”

아울러 지난달 가파르게 상승했던 정보기술(IT) 업종의 방향성에 관심이 모인다. 증권업계에서는 기술적 조정에 대한 우려에도 반도체주(株)를 중심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국내증시뿐 아니라 미국 뉴욕증시의 IT업종의 반등세가 두드러진 데다 업황 전망이 낙관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지난 4일 인텔의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에서 매수(Buy)로 상향 조정했다. IT 기업에서도 지난해 4분기보다 업황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IT업종은 타 국가 대비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어서 점진적인 우상향 흐름을 지속할 전망”이라며 “수급 측면에서 미·중 무역분쟁 완화 속 신흥국에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 또한 “미국 설비투자 모멘텀 반등 전환과 글로벌 목재선물 가격 반등은 IT업종 추세적 상승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밸류에이션 매수와 디스플레이 및 중소형 밸류체인을 겨냥해 IT 내 업종·사이즈 로테이션 트레이딩에 매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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