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최초 1만 득점' SK 헤인즈, 대타에서 전설로 우뚝
'외인 최초 1만 득점' SK 헤인즈, 대타에서 전설로 우뚝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9.02.1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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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애런 헤인즈(오른쪽)가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 경기에서 정규리그 통산 1만 득점을 달성한 뒤 문경은 감독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이선영 기자] 대체 외국인 선수로 출발해 역대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부상, 비매너 논란 등 역경을 이겨내고 11년간 꾸준히 코트를 누빈 끝에 한국프로농구(KBL)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됐다. 외국인 선수 최초로 정규리그 1만 득점의 금자탑을 쌓은 서울 SK 애런 헤인즈(38·199cm)의 이야기다. 
 
◆대체 선수의 설움, 실력으로 훌훌 날리다 
헤인즈는 9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프로농구 정규리그 창원 LG와 홈 경기에서 1쿼터 25초 만에 개인 통산 1만 득점을 돌파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처음이자 국내 선수 중에서도 서장훈(1만3231점), 김주성(1만288점), 추승균(1만19점) 3명만 달성한 역사적인 기록이다. 이날 헤인즈는 39점을 폭발하며 자신의 대기록을 자축했다. 1만38점 고지를 밟으며 추승균 전 전주 KCC 감독을 따돌리고 단숨에 KBL 통산 득점 3위에 오르는 쾌거도 이뤘다. 경기 후 헤인즈는 “동료들을 비롯해 그 동안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기록 달성 소감을 밝혔다. 

통산 1만 득점의 결실을 맺기까지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KBL 데뷔 당시만 해도 헤인즈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08-2009시즌 에반 브락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서울 삼성에 합류해 처음 한국 무대를 밟은 그는 2009-2019시즌에도 대체 선수로 울산 현대모비스와 계약했다. 군더더기 없는 기량을 갖췄지만, 매번 대체 선수로 투입된 이유는 작은 신장과 마른 체격 때문이었다. 외국인 센터를 선호하는 KBL 팀들의 특성상 골 밑 싸움에서 약한 헤인즈는 매력적인 카드가 아니었다. 팀에서 헤인즈는 테렌스 레더, 브라이언 던스톤 등 특급 센터들에게 밀려 늘 2인자 취급을 당했다.  

헤인즈의 진가는 2010-2011시즌부터 빛을 발했다. 삼성으로 돌아온 헤인즈는 매 경기 펄펄 날며 리그 득점왕(평균 23.1점)을 차지했다. 바로 다음 시즌에서 LG 유니폼을 입고 평균 27.56점을 퍼부어 두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다. 신체 조건의 불리함을 남다른 농구 센스로 극복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전성기를 맞이한 건 SK와 인연을 맺고 나서부터다. 2012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로 SK에 지명된 헤인즈는 정확한 미들슛, 빠른 돌파, 뛰어난 속공 전개, 영리한 파울 유도 등을 앞세워 맹활약을 펼쳤다. 수비에서도 드롭존의 핵심으로 나서며 팀에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을 선물했다. 제2옵션에서 최고 외국인 선수로 발돋움하며 SK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2014-2015시즌까지 SK에서 뛰던 헤인즈는 고양 오리온으로 2년간 소속을 옮겼다. 오리온에서도 특급 용병의 면모를 과시했다. 2015년 11월 외국인 최다 득점 기록인 조니 맥도웰의 7077점을 넘어서며 KBL 역사를 새로 썼다. 2015-2016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개인과 팀 모두 성공적인 시즌이었다. 

2017-2018시즌 SK로 다시 복귀한 헤인즈는 물 만난 고기처럼 코트를 마음껏 휘저었다. 부상으로 포스트시즌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정규리그에서 해결사 구실을 톡톡히 해내며 팀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시련 딛고 부활, 기록 행진은 계속된다  
뛰어난 기량과 성실성을 인정 받아 장수 외국인 선수가 됐지만, 부상과 비매너 논란으로 선수 생활을 하는 데 위기를 맞기도 했다. 헤인즈는 2013-2014시즌 KCC와 경기에서 김민구를 밀어 넘어뜨려 더티 플레이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김민구는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팬들은 헤인즈의 비신사적인 행위에 분노를 표출했다.

한국농구연맹은 헤인즈의 행동이 고의적이었다고 판단하고 헤인즈에게 2경기 출전 정지와 벌금 500만 원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받은 헤인즈는 당시 문경은 SK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했다. 1만 득점 작성 후 헤인즈는 “김민구와 충돌 사건을 계기로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고 돌아봤다. 

무릎 부상 역시 헤인즈에게 큰 시련이었다. 2017-2018시즌 정규리그 막판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오른 그는 긴 재활을 마치고 지난해 11월 다시 코트 위에 섰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부상 후유증까지 있어 상대 외국인 선수들에게 힘에서 밀리는 장면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헤인즈의 부진을 두고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러한 외부 평가를 비웃듯 헤인즈는 경기를 치를수록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부상 트라우마를 서서히 극복하면서 매서운 화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10일 기준 최근 5경기에서 평균 32.8점을 뽑아 내며 전성기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헤인즈는 “시즌 초반 나에 대한 안 좋은 말들이 많았지만 내 능력을 믿었다. 노력하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고 최근 상승세 비결을 밝혔다. 문경은 감독은 “헤인즈가 자기 관리를 워낙 잘하고 성실하다”며 칭찬했다. 

외국인 선수 교체가 잦은 한국 리그에서 실력과 성실함을 무기로 11년을 버틴 헤인즈. 그의 기록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헤인즈는 선수 생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 2년 정도 생각하고 있다. 몸 상태로는 더 오래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김주성을 뛰어넘어 통산 득점 2위에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다. 서장훈의 역대 최고 기록까지 넘볼 수 있다. 

헤인즈는 “통산 득점 1위가 된다면 좋지만 팀이 우선이다. 올 시즌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