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글로벌 증시 침체가 주원인
올해 트레이딩 부문 실적이 관건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솔이 기자] 증권사 실적을 둘러싼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증시 부진에 파생상품 등 트레이딩 부문 손실이 확대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올 들어 국내증시 반등세가 두드러졌으나 트레이딩 부문은 여전히 부진해 향후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합계는 1335억원으로 2017년 같은 기간(4518억원)보다 70.5% 줄었다.

◆ 글로벌 증시 침체…증권사 실적 직격탄

국내 증권사 중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 269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 동기(969억원) 대비 72.2% 감소한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 또한 874억원으로 같은 기간 28.9% 줄었다.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지난해 4분기 순이익 117억원, 376억원을 내며 2017년 4분기보다 82.7%, 39.0% 줄었다. KB증권의 경우 지난해 4분기 30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적자로 전환했다.

초대형 IB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 4983억원을 내 2017년에 이어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2017년(5254억원)과 비교하면 순이익이 5.2% 감소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4612원으로 1년 전보다 8.7% 줄었고 KB증권 또한 같은 기간 19.4% 감소한 189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이 각각 3615억원, 3345억원으로 2017년보다 3.4%, 23.1%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증시 침체로 증권사의 실적 악화는 예상된 결과였다고 보고 있다. 특히 4분기부터 미·중 무역분쟁, 미국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이 여파로 증권사의 리테일 부문 부진이 이어졌고 주가연계증권(ELS)를 비롯한 파생상품 운용 등 트레이딩 부문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 하락세가 두드러졌다”며 “2017년보다 파생상품 등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자기자본 규모 3조원 대인 메리츠종금증권은 초대형 IB을 뛰어넘는 실적으로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4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114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017년 4분기 대비 32.0%나 늘었다. 연간 순이익도 4339억원을 기록, 2017년의 최고치(3552억원)를 다시 경신했다. IB 부문 중 해외투자·구조화 금융 영역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 트레이딩 부문 부진 지속 우려

다만 올 들어 국내증시가 반등세로 돌아서면서 리테일 부문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10.2% 증가했다. 개인이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액 역시 지난달 말 9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대비 5.5% 늘었다.

그럼에도 트레이딩 부문은 지난해 4분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말 국고 1년물과 3년물 금리는 각각 1.77%, 1.81%로 12월말 대비 각각 2.2bp(1bp=0.01%포인트), -1.3bp 변동했다.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3년 금리 차 축소로 스프레드 마진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평가손실이 단기물에 영향을 더 받는 구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채권부분의 평가손익에는 부정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지난달 증권업계 전체 주가연계증권 조기상환 규모는 2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2조3000억원)에 비해 증가했으나 여전히 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발행량 역시 5조5000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하반기보다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해와 달리 대규모 IB 거래가 점차 감소하는 점도 실적 우려 원인으로 꼽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글로벌 증시 부진에 대응해 IB 부문을 강화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 사실”며 “그러나 IB 부문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양호한 실적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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