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나이거참', UMAX '박씨네 미장원'

[한스경제=신정원 기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을 이제는 눈으로도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실버 세대를 주제로 한 문화 콘텐츠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시니어들이 콘텐츠 생산자로 나서기까지 하고 있다. 이들도 어느덧 트렌드에 민감한 세대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닌 '실버 유튜버', '예능인'으로 불리며 인생 2막을 시작한 시니어들. 고령사회가 낳은 가장 긍정적인 모습 중 하나다.
 
■ '실버 서퍼(Silver Surfer)'의 등장
노인 인구가 전체의 14%를 넘는 고령사회가 찾아오면서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실버 서퍼'가 바로 그 예다. '실버 서퍼'란 노인을 의미하는 실버(Silver)와 인터넷 검색하는 사람 서퍼(Surfer)를 합친 말로, 인터넷 등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장년층을 의미한다. 실제로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는 핸드폰이나 태블릿을 이용하는 어르신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은 젊은 층의 활동 영역인 콘텐츠 시장에도 영향을 끼쳐 새로운 변화를 불러오는 계기가 됐다. 실버 세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실버 크리에이터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인 것이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실버 서퍼는 '2019년 콘텐츠 산업 전망' 6대 키워드 중 하나로도 꼽힌다. 과연 실버 세대가 문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새 주인공이 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tvN '꽃보다 할배', tvN '나이거참'

■ 이미 활발한 시니어들의 '예능 나들이'
노년 세대가 예능 주인공으로 나서기 시작한 건 꽤 됐다. 지난 2013년 tvN '꽃보다 할배' 시리즈가 황혼의 배낭여행이라는 콘셉트로 등장해 방송가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할아버지들의 좌충우돌 여행 스토리는 흐뭇함을 자아내면서도 실버 세대 역시 젊은이들과 다를 것 없이 인생을 즐길 수 있음을 느끼게 했다. '꽃보다 할배'로 시작한 세대 변화의 바람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SBS '미운 우리 새끼', tvN '수미네 반찬' 등 다양한 예능에서 장년층의 활약을 볼 수 있다. 12일 첫 방송하는 tvN '나이거참' 역시 할아버지와 10대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세대 교감을 이끌어내며 이른바 '세대차 극복 예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버 예능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유는 아무래도 평균 나이 70대 할아버지, 할머니가 주는 색다른 재미 때문일 터. 경륜이 묻어나면서도 의외로 젊게 사는 노년층이라는 콘셉트가 주는 신선함이 시청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박막례 인스타그램

■ '유튜버'로도 활동 중인 실버 세대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는 63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기 스타다. 올해 나이 73세인 그는 '오드리 헵번 화장법', '스카이 캐슬 패러디', '중국 당면 시식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며 꾸준히 활동 중이다. 정감 가는 사투리와 솔직한 입담이 매력인 그는 해외에서도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해 미국 대표 패션 잡지 보그, 영국 BBC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은 바 있다. 12일부터는 베트남에서 미용실을 여는 콘셉트의 UMAX ‘박씨네 미장원’에 등장할 예정이다. "유튜브 스타에서 베트남 K뷰티 전도사로 인생 제3막을 열겠다"라는 박막례 할머니의 새로운 도전에 기대가 모인다. 이제 갓 60이 넘은 조성자 할머니는 비교적 젊은 유튜버다. '심방골주부'라는 타이틀로 쿡방을 선보인다. 푸근한 매력으로 구독자의 마음을 산 조성자 할머니는 크리에이터의 삶을 관찰하는 JTBC '랜선라이프'를 통해서도 일상을 공개해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이처럼 실버 세대는 미디어 시장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퇴 후 제2막, 또는 3막으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한 시니어들이 앞으로 어떤 활약으로 젊은 세대를 놀라게 할지 기분 좋은 기대가 쏠린다.

신정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