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의 최대치 상승…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나와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전국 표준지 50만 필지의 공시지가가 1년 전에 비해 10% 가까이 올랐다. ㎡당 2000만원이 넘는 고가토지를 중심으로 공시가가 집중 상향 조정됐다.
특히 지난해 개발 호재를 맞아 땅값이 많이 올랐던 서울과 부산, 광주 등지는 상승률이 10%를 뛰어넘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거나 그간 현실화율이 낮았던 지역의 고가 토지는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가 지난해 대비 100% 올라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도 크게 더해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을 공개했다. 전국의 표준지 상승률은 지난해 6.02% 대비 3.40% 포인트 오른 9.42%를 기록했다. 9.63%였던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다.
◆ 서울 강남구 1위 상승률 ‘23.13%’
표준지 상승률은 6년 연속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3년 2.70%에서 시작해 2015년 4.14%, 2017년 4.94% 등으로 오르며 전년 대비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10.37%, 인천을 제외한 광역시는 8.49%, 시·군은 5.47%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도별로 전국 평균(9.42%)보다 높게 오른 곳은 △서울(13.87%) △광주(10.71%) △부산(10.26%) △제주(9.74%) 등 4곳이다. △충남(3.79%) △인천(4.37%) △전북(4.45%) △대전(4.52%) △충북(4.75%) 등 13개 시·도는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시·군·구별로 전국 평균보다 높게 상승한 지역은 42곳, 평균보다 낮게 상승한 지역은 206곳이다.
국토부는 서울의 경우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영동대로 지하 통합개발계획(강남), 재건축 등 개발진행, 연무장길 및 서울숲 인근지역 활성화(성동), 노후 아파트 재건축 등의 요인으로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서울의 공시지가 상승률은 2007년 15.43%를 기록한 이후 12년만의 최대치다. 서울 중에서도 최고 변동 지역은 서울 강남구(23.13%)이고, 이어서 서울 중구(21.93%), 서울 영등포구(19.86%)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은 영동대로 개발 계획 등으로, 중구는 만리동2가 재개발 사업 등 개발 호재로 인기를 끌었다.
4위와 5위는 부산에서 나왔다. 부산 중구(17.18%)는 북항 재개발 사업으로, 부산진구(16.33%)는 전포카페거리 활성화 사업 등으로 지가가 급등했다.
2위 상승률을 보인 광주는 에너지밸리산업단지 조성, 부산은 주택 재개발 사업 등의 요인으로 땅값이 뛴 것으로 분석된다.
충남은 세종시로 인구 유출, 토지시장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 등으로 낮은 상승률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하락한 지역은 지역 산업이 침체한 전북 군산(-1.13%), 울산 동구(-0.53%) 등 2곳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전체의 0.4%가량인 추정 시세 2000만원/㎡ 이상 고가토지를 중심으로 현실화율을 개선해 형평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시세 대비 공시가격의 비율인 현실화율은 64.8%로 파악됐다. 지난해 62.6%에서 2.2%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전국 표준지 중 가장 비싼 곳은 16년째 전국 땅값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 중구 명동8길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로, ㎡당 1억8300만원으로 평가됐다. 이 부지는 ㎡당 가격이 지난해 9130만원에서 올해 두배(100.4%) 증가했다. 전남 진도 조도면 눌옥도리의 땅(210원/㎡)은 2017년부터 3년째 최저지가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 공시지가 11년 만에 껑충…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표준지의 공시지가가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오르면서 토지나 상가·건물 보유자의 보유세, 건강보험료 등의 관련 조세 부담도 예년보다 커지게 됐다. 공시지가는 보유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0여가지의 행정목적으로 쓰여 가격 변동에 따른 영향이 크다.
표준지 공시지가 1위인 네이처리퍼블릭(169.3㎡) 건물의 부속토지는 지난해 공시지가가 154억5709만원(㎡당 9130만원)에서 올해 309억8190만원(㎡당 1억8300만원)으로 2배(100.44%) 넘게 올랐다. 이 토지의 보유세는 지난해 8100만원 초반대에서 올해 1억2200만원가량 상한선(5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부담 증가는 직전년도 대비 50% 이내로 제한된다. 임대료 전가가 우려되는 상가·사무실 부속토지 등 별도합산 토지는 공시지가 합계가 80억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된다.
이번 공시지가 인상으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됐던 구도심이 활성화 돼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가리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 명동, 성수, 합정, 연남, 용산 등 상권이 번화한 곳에서는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면서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임대료가 상승하면 임대료 감당이 어려운 상인이나 업종은 퇴출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영세 상인 및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영세 상인 및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전통시장 내 표준지 등은 공시가격을 상대적으로 소폭 인상할 것”이라며 “고가 토지의 경우에도 임차인에 대한 보호장치가 존재해 임대료 전가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함 랩장은 공시지가 인상이 보유세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은퇴한 고령층의 경우는 과세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그는 “공시지가의 시가반영률 현실화로 인한 세부담 전가 및 건보료, 기초연금 등 복지수급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정부가 추가 점검하고 부동산에 편중된 고령층의 자산을 변경할 수 있도록 거래세 인하 및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