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로 규제 풀었지만…한국만 수소차 , 고개드는 부정론
샌드박스로 규제 풀었지만…한국만 수소차 , 고개드는 부정론
  • 박대웅 기자
  • 승인 2019.02.12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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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인프라 턱없이 부족

수소차 올인 때 자동차 산업 후퇴할 수도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가 청와대 내부를 주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넥쏘가 청와대 내부를 주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박대웅 기자] "수소차 올인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후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정부가 수소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수소전기차 지원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달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한데 이어 11일에는 서울 도심에 수소충전소 건립을 허가하며 수소차 저변 확대에  앞장섰다. 

하지만 수소전기차에 '올인'하는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이 전체 산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부정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가 전기차에 비중을 두면서 전기차가 사실상 친환경 차량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국만 소수차에 집중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글로벌 주요 완성차 브랜드와 배터리 업체는 전기차와 관련해 조(兆) 단위의 투자 계획을 앞다퉈 발표하고 있다. 베이징자동차와 베이징전공 등 합작사는 지난해 8월 중국 장쑤성 창저우에 8200억원을 투자해 신규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들 합작사는 지난해 3월 2022년까지 모두 8400억원을 투자해 헝가리에 신규 전기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을 열기도 했다.

미국의 포드는 지난해 10월 뉴욕서 가진 투자은행(IB) 관계자들과 세미나에서 "내연기관차 개발비용을 줄여 확보한 5억달러에 45억달러를 추가해 모두 50억달러를 순수 전기차 개발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솔린과 디젤차를 대신한 미래차로 전기차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도 경쟁적으로 투자 계획을 내놓고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10일 중국 난징 배터리 생산공장 증설을 위해 1조2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또 2023년까지 2조1000억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1회 충전에 주행거리 320km 이상) 50만대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산시성 시안에 배터리 공장을 둔 삼성SDI도 1조원 안팎을 투자해 제2공장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연간 약 40만대 분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도 지난달 4일 미국 조지아주와 1조9000억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 자리에서 수년 내로 5조6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및 전기차 배터리 업체는 조 단위의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완성차 업체 및 전기차 배터리 업체는 조 단위의 투자로 전기차 배터리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월 전기차 배터리 분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앞으로 5년간 배터리 제조사들이 배터리 신규 생산 라인에 약 105조원의 자금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별로는 한국의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24조원, 중국의 CATL과 BYD 등 10대 제조사가 55조원, 일본의 파나소닉 등 3개사가 15조원 등이다. 유럽의 신규 배터리의 경우 약 10조원대 투자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사실상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한정된 자원을 수소차 분야에만 집중할 경우 그동안 투자로 역량을 키워온 전기차 산업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수소차 시장이 성공하지 못하고 전기차 기술 경쟁에서 밀린다면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퇴보하는 결과를 맞게 된다.

전기차 관련 기술, 특히 배터리 기술은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전기차에 장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팩의 가격은 평균 킬로와트시(kWh)당 250달러 수준이다. 2010년 1000달러였던 걸 감안할 때 4분의 1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2025년 전기차 배터리팩 가격이 100달러대로 내려 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차는 차량 가격이 비싸고 높은 충전소 건립 비용과 규제 등 장벽이 많다"면서 "우리가 수소전기차를 밀어 붙인다고 해서 전 세계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솔린과 디젤처럼 수소전기차와 전기차 역시 상호 보완재로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거리 승용차 시장에서 유리한 전기차와 장거리 상용차 등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는 수소차가 상호 보완재로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