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친환경 선박' LNG선 발주 꾸준할 것
정유 4사, 고부가 제품 생산 만반 준비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업계 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조선·정유업계가 2020년부터 적용되는 환경규제를 발판 삼아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조선·정유 업계가 내년부터 시행되는 IMO 환경규제를 발판 삼아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대우조선해양, 에쓰오일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부터 선박 배출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 비율을 3.5%에서 0.5%로 감축하는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2020년부터 해상 연료유 시장은 황산화물 0.5% 미만의 저유황중유(LSFO·Low-Surfer Fuel Oil), 선박용 경유(MGO·Marine Gas Oil), 액화천연가스(LNG) 등 저유황유 중심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환경규제 대응 방안으로 저유황유를 사용하거나 기존 연료를 사용하면서 선박에 탈황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를 장착해야 한다. LNG(액화천연가스)선으로 선박 교체도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 LNG선 세계 최고 기술력…"호황은 계속될 것"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7년 만에 글로벌 수주량 1위에 오른 국내 조선사들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LNG선을 앞세워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조선 3사는 지난해 전세계에 발주된 76척의 LNG선 가운데 무려 66척을 수주하며 LNG선 강국의 위엄을 뽐냈다. 

현대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LNG운반선 완전재액화설비, LNG재기화시스템, LNG벙커링 연료공급시스템, LNG화물창 등 LNG선 통합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저·고압엔진용 완전재액화시스템, 삼성중공업은 새 LNG화물창 기술을 바탕으로 LNG운반선 수주 경쟁력을 갖췄다.

업계는 IMO의 환경규제가 다가올수록 LNG선의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평균 60척 이상의 LNG선이 발주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연구원 역시 올해 조선업 수출은 고가에 수주받은 LNG선 건조량과 생산량이 늘면서 13.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조선 업계는 강점이 있는 LNG선 호황으로 조선 3사 모두 상선 수주 목표액을 달성하는 동시에 중국, 일본과 기술력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한 해였다"면서 "국내 조선사들의 LNG선 독점은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경 규제에 따른 미래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주들의 한국 조선소의 선호 현상은 더욱 확실해질 것"이라며 "한국 조선사들은 오랜 기간 미래 환경규제에 기술개발로 대비해 왔으며 점유율 상승은 2020년이 다가올수록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환경 규제가 시작되는 2020년을 넘어 2030년까지는 국내 조선사들의 선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유 4사는 고부제 제품 생산에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사진=각 사 홈페이지

◆ 정유업계 "고부가 석유 제품 수요 늘어날 것"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에 대규모 재고평가손실과 정제마진 악화로 인해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정유업계 역시 IMO 환경규제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조선사는 탈황장치(스크러버) 설치보다 저유황유 사용을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석유제품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올해 석유 수요 증가보다 정제설비 증가분이 높을 것으로 보여 어려운 한 해가 될 수 있지만, 2020년에 시행되는 황함량 규제에 따라 고부가 석유 제품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일찌감치 저황유 등 고부가 제품 생산에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하 SKTI)와 SK에너지를 통해 고부가 제품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KTI는 2010년부터 싱가포르 현지에서 초대형 유조선을 임차해 블렌딩용 탱크로 활용해 반제품을 투입해 저유황중유(LSFO)를 생산하는 '해상 블렌딩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SK에너지는 2017년 약 1조원 투입해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 건설을 시작해 2020년 완공 예정이다. VRDS는 고유황 연료유인 감압 잔사유를 저유황, 디젤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설비다. 

에쓰오일은 "황함유량 규제에 앞서 경유 수요 급증이 하반기 정제마진을 견인할 것"이라며 지난해 잔사유 고도화 콤플렉스(RUC·Residue Upgrading Complex) 상업 가동 이후 중질유 생산비율이 4%대로 하락하고, 등·경유 제품군의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규제 시행의 수혜를 크게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SDA (Solvent De-Asphalting·일산 8만 배럴) 공정을 완공했다. SDA는 잔사유에 프로판, 부탄, 펜탄 등 용매를 혼합해 아스팔텐 성분을 제거한 후 DAO(De-Asphalted Oil)를 추출한다. 현대오일뱅크는 DAO를 고도화 설비 원료로 투입해 휘발유, 경유, 항공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GS칼텍스 이미 하루 27만4000만배럴의 국내 최대 규모의 고도화 설비를 갖추고 고유황 중질유를 휘발유, 경유 등 경질유로 전환하고 있다. 2020년까지 저유황 선박용 연료유 공급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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