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상한 놈이라고 여기고 연기했죠.”

배우 조정석이 ‘이상한 놈’으로 분했다. 영화 ‘뺑반’에서 한국 최초 F1 레이서 출신의 JC 모터스 의장 정재철을 맡아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잔인한 냉혈한이자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역할을 살벌한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탈세, 횡령, 뇌물 상납 등 온갖 범죄에 연루돼 있지만 인맥과 돈을 활용해 교묘히 빠져나가는 인물이다. 그 동안 연기한 적 없는 캐릭터에 도전한 조정석은 “시나리오를 받을 때부터 짜릿했다”며 “로맨틱 코미디와는 결이 다른 영화다보니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기존에 연기한 캐릭터와는 전혀 상반된 역할이다.

“‘뺑반’은 말 그대로 도전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것 같다. 내가 도전하고 시도하는 걸 좋아한다. 도전을 안 하면 재미없지 않나. 물론 작품을 선택할 때 스토리텔링의 힘이나 같이 협업하는 배우가 누군지도 중요하겠지만. 나를 바라보고 기대하는 관객들을 만족시키고 싶었다.”

-카체이싱 장면이 시나리오에 묘사된 것처럼 표현된 건가.

“내가 상상한 장면보다 훨씬 인상적으로 나온 것 같다. 인물들의 감정이 잘 묘사됐다. 기존에 본 카체이싱 영화와는 다른 강점이 드러나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직접 운전하는 것도 그렇지만 감정 신이 잘 나왔다. 연기도 하고 운전도 하고 고군분투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말을 더듬는 연기가 꽤 힘들었을 것 같은데.

“시나리오에서부터 정재철은 말을 더듬고 있었다. 그렇지만 계속 말을 더듬으면 대사 전달이 잘 안 될 것 같았다. 정재철의 목적을 파악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감독님과 디테일하게 접근했다.”

-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출연해왔다. ‘뺑반’은 여러모로 색다른 작업이었을 텐데.

“‘뺑반’은 만화 같았다. 민재(류준열)와 재철이 모두 만화 속 캐릭터 같았다. 그러다보니 다른 캐릭터들보다 생각하고 고려할 수 있는 선택의 요소들이 많았다.”

-정재철이 악인이 아니라고 했는데 어떤 인물로 이해했나.

“다른 또래 인사들에 비해 집안 환경이 굉장히 어려웠던 인물이다. 방황하다가 운전에 빠졌고 세계무대에서 활동을 한 인물이다. 스폰서 중에는 마피아도 있다. 자수성가한 사람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방해를 받을 때 못 참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강박관념도 강하고 자격지심도 센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항상 불안하고 감정 조절이 안 되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 ‘질투의 화신’에서는 러브라인이었던 공효진과 팽팽한 대립 연기를 펼쳤다.

“처음에는 ‘우리가 이런 역할로 만나네?’라고 말하며 웃었다. 공효진이 워낙 프로페셔널하다 보니 촬영에 들어가는 순간 바로 몰입하더라. 얄짤 없다. (웃음) 공효진과는 어떤 캐릭터로 만나도 너무 좋다.”

-연기할 때 실제 자신의 모습을 끌어내는 편인가.

“내 실제 모습을 극대화하자는 생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 것 같다. 연기를 할 때는 굉장히 담백하게 표현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면 체화되는 것 같다. 조정석의 몸으로 역할을 표현하는 거다.”

-거미와 결혼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마음가짐도 많이 바뀌었다. 일단 생활패턴이 매우 안정적이다. 그게 제일 큰 변화인 것 같다. 결혼 전에는 올빼미형처럼 생활할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잘 그러지 않는다. 뭔가 정돈이 잘 된 느낌이다. 삼시세끼를 다 먹는 것도 그렇고. (웃음) 거미가 요리도 잘 하는 편이다. 내가 나온 작품들도 늘 모니터를 해준다.”

사진=JS컴퍼니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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