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증인' 포스터/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영화 ‘증인’(13일 개봉)은 현실을 위해 속물이 되기로 마음먹은 변호사 순호(정우성)가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영화다. 수많은 편견들, 소통 불통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증인’은 꽤나 의미 있는 작품이다.

영화는 순호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순호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다. 한 때는 민변계의 ‘파이터’로 불렸지만 지금은 현실과 타협했다. 대형 로펌 리앤유는 순호의 ‘민변’ 이미지를 회사에 이용하려 하고, 파트너 변호사로 승진시켜주겠다며 의문의 살인사건을 맡긴다.

영화 '증인' 리뷰.

순호는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지우를 만난다. 하지만 지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앓고 있는 소녀. 순호는 피고인의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는 목적 하나로 지우에게 접근한다. 지우는 계속해서 다가오는 순호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 순호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이후 지우는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 법정에 선다.

‘증인’은 변절한 변호사가 순수한 소녀를 만나 진리를 깨닫고, 소통하는 과정을 그리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한 때는 정의로운 사회를 꿈꿨으나 현실에 타협하고 만 평범한 현대인 순호의 모습은 공감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순호의 모습은 곧 관객과도 닿아 있다. 관객은 순호가 자폐인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는 모습에 이입한다.

지우는 평범한 자폐 소녀가 아니다. 아스퍼거증후군 캐릭터로 시력과 청력이 매우 뛰어나다. 넥타이 물방울 개수를 단번에 세는 등 엄청난 ‘두뇌’를 가진 인물이다.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속 박정민이 연기한 서번트 증후군 캐릭터 역시 ‘천재’ 피아니스트였다. ‘증인’에서도 자폐는 미화된다. ‘왜 영화 속 자폐인은 천재성을 지녀야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남기기도 한다. 물론 영화의 설정 상 ‘평범한’ 자폐인보다 예상 밖의 뛰어난, 또는 반전 능력을 지닌 자폐인이 더 많은 감동을 주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인’은 관객들을 설득하는 힘이 있는 영화다. 순호와 지우가 세상의 편견을 딛고 함께 나아가는 과정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휴머니즘 드라마에 법정신을 추가함으로써 지루할 틈 없이 긴장감을 더한다. 의문의 살인사건 속 ‘진범 찾기’ 역시 영화의 묘미 중 하나다.

그 동안 주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한 정우성은 이번 영화에서 소시민적 얼굴을 대변한다. 지친 일상을 살아간 변절자에서 정의를 다시 찾는 변호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자연스러운 연기로 소화한다. 김향기는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는 자폐 스펙트럼 소녀 지우를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로 표현한다. 자칫 뻔하게 여겨질 수 있는 소재지만 이한 감독의 따뜻하고 세심한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가 단점을 보완한다. 박근형, 송윤아, 이규형, 염혜란 등의 연기 합도 좋다. 상영시간 129분.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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