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정진영 기자] 배우 송일국이 '대학살의 신'으로 약 2년 만에 다시 연극 무대에 올랐다.

송일국은 16일 개막한 연극 '대학살의 신'에서 자수성가한 생활용품 도매상으로 확고한 신념을 지닌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공처가 이자 중립을 지키는 평화주의자 미셸을 연기하며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대학살의 신'은 지식인의 허상을 유쾌하고 통렬하게 꼬집는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작품이다. 두 소년이 놀이터에서 싸우다 한 소년의 이빨 두개가 부러지는 사고가 발생, 때린 소년의 부모인 알렝과 아네뜨가 맞은 소년의 부모인 미셸과 베로니끄를 찾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자녀들의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고상하고 예의 바르게 시작했던 이들의 만남은 대화를 거듭할수록 유치 찬란한 설전으로 바뀌고, 이들의 설전은 가해자 부부와 피해자 부부의 대립에서 엉뚱하게도 남편과 아내, 남자와 여자의 대립으로 이어지며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다.

지난 2017년 공연 시 캐릭터와 꼭 맞는 일상 연기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송일국은 이번 재연에서도 능청스러운 모습부터 본심을 드러낸 후반부의 반전 캐릭터까지 더욱 섬세해진 감정표현으로 업그레이드 된 미셸 캐릭터를 완성했다. 코믹한 장면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육탄전까지 에너지 넘치는 연기로 잠시의 쉴 틈도 없이 90분을 가득 채우며 관객들의 웃음 치트키로 활약하는 한편,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등 선배 배우들과 더욱 돈독해진 호흡으로 눈을 뗄 수 없는 열연을 펼쳤다.

소속사에 따르면 송일국은 지난 공연 이후 프랑스에서 1년 여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연기에 대한 갈망을 키웠다고. 같은 멤버로 꼭 다시 이 무대에 서고 싶었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송일국은 그동안 쌓여온 연기에 대한 열정을 그대로 무대에 쏟아냈다. 프랑스에서 원작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을 찾아다니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고 해석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완벽한 캐릭터 밀착형 연기를 펼쳤다. 

김태훈 연출은 "인물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졌다. 지난 초연 때의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번 재연에서는 배우 송일국에 조금 더 욕심을 냈다"며 "재연인 만큼 좀 더 심도 있고 밀도 있는 인물을 만들기 위해 난이도 높은 요청을 많이 했는데,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진 만큼 더 잘 소화해 냈다. 미셸이라는 캐릭터를 더 깊이 있게 잘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첫 공연을 마친 송일국은 "첫 공연이라 정말 많이 긴장했다. 확실히 관객분들을 마주하니 그 긴장감이 더해졌지만, 또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받아서 연습 때도 안흘렸던 땀을 오늘은 정말 많이 흘렸다"며 "오랜만의 무대고 재연이라 표현 등에 있어서 좀 더 신경을 많이 썼는데 호응해주셔서 감사하다. 남은 공연 동안 더 발전하는 모습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살의 신'은 다음 달 2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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