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 JP모건, 월가 대형은행 최초로 자체 가상화폐 발행
英 HSBC,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처리비용 25% 절감
日 MUFG·스위스 UBS도 블록체인 개발 '박차'
각 국을 대표하는 대형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픽사베이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 적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JP모건이 대형은행 최초로 자체 가상화폐 발행을 예고한 가운데 영국 HSBC, 일본 MUFG, 스위스 UBS 등 각국을 대표하는 대형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결제 시스템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 “비트코인은 사기→블록체인은 진짜” JP모건, 선회 이유는

JP모건은 지난주 업계 최초로 블록체인을 활용한 자체 가상화폐 ‘JPM’의 발행 소식을 알렸다. JPM은 고객 간 지불 결제 등 은행 업무에 사용되며 특히 해외 송금·결제, 기업 대출 등 대규모 송금이 필요한 부분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JPM을 통해 송금 과정에서 드는 수수료와 시간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JP모건의 가상화폐 발행 소식은 관련 업계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JP모건은 월가 투자은행 중 가상화폐에 가장 회의적인 곳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17년 “비트코인은 튤립(장미)보다 더한 버블”이라며 “완전한 사기”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이먼 CEO는 투기 광풍에 휩싸이는 가상화폐와 달리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분야에서 유용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지난해 8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은 진짜”라며 “JP모건은 블록체인 기술을 향후 은행 업무에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JPM에는 이 같은 JP모건의 판단이 들어가 있다. JPM은 미국 달러와 가치가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급변하지도 않고, 은행 업무용으로만 사용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처럼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돼 투자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 英 HSBC, 블록체인 시스템 확보…日 MUFG·스위스 UBS도 ‘속도전’

영국 대형은행 HSBC는 지난해 2월부터 블록체인 시스템 ‘FX 에브리웨어(FX Everywhere)’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FX 에브리웨어는 현재 북남미, 유럽, 아시아 지역의 실시간 결제에 사용되는 블록체인 시스템으로 하루 평균 3500~5000건, 총 3500억달러 규모의 트랜잭션을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HSBC는 FX 에브리웨어를 통해 기존 시스템 대비 처리비용을 25%를 줄였다고 밝혔다. 마크 윌리엄슨 HSBC 최고운영수석(COO)는 최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블록체인이 전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리 역량, 실시간 리스크 관리 등 장점이 많다”며 “더 많은 참여자들이 HSBC 블록체인 생태계에 합류할수록 고객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 UFJ 파이낸스 그룹(MUFG)도 내년 상반기 블록체인 시스템 출시를 예고했다. MUFJ는 최근 “미국 핀테크 기업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와의 합작을 통해 내년 상반기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개발에 착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글로벌 오픈 네트워크(Global Open Network)’라는 이름의 시스템 개발은 2억5000만엔(약 25억원)의 투자금으로 시작하며 MUFG가 80%, 아카마이가 20%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시스템은 결제 처리는 물론 소액결제, 사물인터넷(IoT)이나 클라우드 컴퓨팅과 접목한 결제 및 거래 서비스에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는 글로벌 대형은행들과의 합작으로 가상화폐 ‘유틸리티 세틀먼트 코인(USC)’ 발행을 계획 중이다.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대형은행은 영국 바클레이스와 HSBC,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CS),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 일본 MUFG, 미국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6곳이다.

USC 프로젝트는 당초 지난해 말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8월말 첫 발을 뗀 이후 목표했던 2018년 말을 지나 2019년까지 진행되고 있다.

허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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