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 5개월째 하락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 5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당분간 개선될 여지 無"

[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최근의 부동산 거래 절벽을 보여주는 부동산 지표들이 심상치 않다. ‘몇 주 연속 하락’ ‘최저치’ 등의 수식어가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대변한다.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도 커지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늦으면 내년 총선 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9510가구 규모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주변 아파트 전셋값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송파 가락동 헬리오시티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사진=연합뉴스

◆ 수치로 증명되는 “집 살 때 아니다”

19일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1월 서울의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달에 비해 4.4 포인트 하락한 100.5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를 판단하는 이 지수는 5개월째 하락 중이다. 지난해 8월 155.9에서 9월 147.0, 10월 128.0, 11월 118.6, 12월 104.9 등으로 꾸준히 하락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더 내려 본격적인 하강 국면을 눈앞에 뒀다. 지난해 9·13 부동산 대책으로 정부가 대출을 틀어막고 세제를 강화한데다가 1만 가구에 달하는 헬리오시티 등 입주 물량도 늘어 매수세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나타내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도 지난해 9월 116.3에서 이달 11일 조사 기준 73.2까지 떨어졌다. 약 5년 11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수치가 100에 가까우면 수요와 공급 비중이 비슷하다는 것을 뜻한다. 수치가 100 이하면 수요가 적다는 의미인데, 매수심리가 그만큼 위축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9·13대책 후 집주인들은 대출, 세금 규제로 급매물을 내놨지만 대기 수요자들은 매수 의사를 철회하고 관망세로 돌아서 매매수급 지수가 바닥을 친 것이다.

주택 매매거래량도 부동산 규제에 위축됐다. 올해 1월 주택 매매 거래량은 5만건 수준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28.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의 주택 매매 거래량은 5만286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7만354건)과 5년 평균(6만5950건) 대비 각각 28.5%, 23.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 “냉랭한 부동산 시장, 심하면 내년까지 이어져”

통상 1월은 부동산 시장의 비수기로 꼽히지만, 요즘은 예년보다 더 위축돼 있다. 전문가가들은 지난해 9·13 대책의 파장이 올해까지, 늦으면 내년 총선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규제에 따른 시장 침체 국면이 장기화하고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전셋값이 계약 시점인 2년 전 시세 밑으로 떨어진 지역도 속출하고 있다. 전세금이 계약체결 때보다 떨어지는 이른바 ‘역전세’가 지방을 넘어 수도권에서도 포착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단은 이같은 현상을 지켜보기로 했다. 역전세나 깡통전세 등이 부동산 시장의 자금 경색 등 일부 부작용이 존재하지만, 집값·전세가 하락을 9·13 부동산 대책이 효력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 이유에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거래가 실종된 것을 두고 부동산 가격의 정상화 과정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이 역시 정상화가 아니다”며 “부풀려진 것을 잠깐 눌러놓은 것일 뿐 이를 풀어주는 순간 가격이 다시 펑 튀어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부동산은 공급에 기민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비탄력적인 상품”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수요억제책이 문제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지난 2015년처럼 부동산 시장이 좋을 때 과잉공급했던 것들의 부작용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가격 상승이 꺾이고 거래가 줄어드는 현상은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함 랩장은 “정부의 지속적인 수요억제책, 이미 많이 오른 가격 등이 일반인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있다”며 “공급이 많아 관망하는 수요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계절적인 이사철에 (수요가) 증가한다 하더라도 평년을 넘어설 수준까지 가기는 어려운 흐름”이라며 “적어도 상반기까지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고, 심할 경우 연말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정부의 규제 완화 전까지는 계속될 것”이라며 “짧게는 내년 총선 전쯤에야 조금 멈추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물량이 많이 풀리면서, 적체된 물량이 모두 해소될 때까지는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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