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텐트폴 영화의 흥행 공식이 무너졌다. 스토리보다는 자본의 힘을 빌려 공들인 영화들이 흥행에 참패하면서 영화계는 내실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는 지난 해보다 대작의 편수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투자배급사들은 중 저예산 영화들을 포진하면서 다양한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 삶에 대한 고찰..‘우상’ ‘오 문희’

영화 '우상' 스틸.

영화 ‘우상’은 ‘한공주’(2014년)을 연출한 이수진 감독의 신작이다.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좇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한석규, 설경구, 천우희가 출연했다.

제69회 베를린영화제 비경쟁 부문인 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되며 해외에서 먼저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수진 감독은 “한 개인이 이루고 싶은 목적과 신념이 맹목적으로 바뀌는 순간도 우상이라고 생각한다. ‘우상’은 우상을 좇는 사람, 본인이 좇는 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 우상조차 갖지 못한 사람과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이야기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전작 ‘한공주’를 통해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로 호평 받은 이수진 감독의 연출력이 또 한 번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음 달 개봉 예정이다.

지난 2017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아이 캔 스피크’로 각 종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문희는 차기작으로 ‘오 문희’를 선택했다.

‘오 문희’는 물불 안 가리는 아들 두원(이희준)이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인 치매 어머니 문희(나문희)와 함께 딸 보미(이진주)의 뺑소니 범인을 직접 찾아 나서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전 세대 관객층을 겨냥한 드라마로 따뜻한 감성을 선사할 예정이다.

■ 실화에 초점..‘항거: 유관순 이야기’ ‘배심원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포스터.

실화에 초점을 맞춘 작은 영화들이 관객의 가슴을 깊게 파고든다.

배우 고아성이 주연을 맡은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순 제작비 10억 원의 저예산 영화다. 1919년 3.1 만세운동 후 3평도 안 되는 서대문 감옥 8호실 속, 영혼만은 누구보다 자유로웠던 유관순과 8호실 여성들의 1년 동안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기존의 독립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와 달리 유관순 열사의 투옥 생활에 초점을 맞췄다.

유관순으로 분한 고아성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고 봤지만 예상했던 일대기가 아닌 1년이라는 감옥의 시간을 다룬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조민호 감독은 영화를 연출한 계기에 대해 “우연히 서대문 형무소를 가서 유관순 열사의 얼굴을 봤다. 새삼스럽게 17세라는 것이 확 다가왔다”며 “지금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눈빛을 느낀 것 같다. 슬프지만 강렬한 눈빛이었다. 17살 소녀의 마음을 느끼고 파헤치고 소녀의 정신을 한 번은 살아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영화 ‘배심원들’은 2008년 국내에 첫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배우와 감독으로,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종횡무진하는 문소리의 차기작이다. 또 제국의아이들 출신에서 배우로 전향한 박형식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배심원들’은 2008년 국내 첫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첫 국민참여재판에 어쩌다 배심원이 된 보통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조금씩 사건의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배역의 크고 작음 없이 상업영화와 다양성 영화를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문소리의 신작이다. 제국의아이들 출신으로 배우로 전향한 박형식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기도 하다. 문소리가 첫 국민참여재판을 이끄는 재판장 김준겸 역을 맡았다. 김준겸은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한다'는 소신을 지닌 캐릭터다. 박형식은 마지막 배심원 권남우 역을 맡는다.

유명세를 갖춘 배우들이 주로 신인이나 독립영화배우들에 한정돼 있던 ‘작은 영화’에 눈길을 돌리는 점 역시 새로운 변화의 흐름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스타들이라고 해서 대작을 선호하는 건 옛말이 됐다”며 “관객들이 호평을 받을 수 있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찾는 추세”라고 말했다.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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