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서연 기자] 정부의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로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분양 성수기인 봄에도 더 나은 상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한껏 틀어쥐면서 규제는 세졌는데, 물량은 많아지다보니 분양시장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뚝 떨어졌다. 지난해 광주와 더불어 지방 분양시장의 흥행 쌍두마차로 불릴 만큼 청약격전지인 대구에서도 미분양이 나왔고, 서울에서도 2년 만에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2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설 이후 2월과 3월 아파트 분양예정 물량은 총 4만4459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분양된 물량 2만7518가구 대비 약 1.6배 많은 물량이 쏟아진다. 월별로는 이달에 1만8267가구, 다음달에 2만6192가구가 분양된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2~3월 2만4785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지난해 동기(1만7535가구) 대비 7250가구 늘어난 수준이다. 5대광역시와 지방에서는 같은 기간 1만9674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 서울 분양시장 경기 기대감 ‘뚝’

서울 분양시장 경기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최저를 찍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이달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는 64.3으로 전월보다 2.9포인트 떨어졌다. 서울 전망치는 전월보다 6.8포인트 떨어진 78.1을 기록해 조사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HSSI는 공급자 입장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분양 여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지표다. HSSI가 100을 초과하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지난달 HSSI 실적치 역시 낮아졌다. 1월 실적치는 전월보다 9.9포인트 떨어진 55.8를 기록해 5개월 만에 60선이 무너졌다. 서울은 전월보다 9.6포인트 하락한 77.1로 80선을 지키지 못했다. 2월 HSSI 전망치는 대형업체 63.2, 중견업체 65.3으로 집계됐다.

미분양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미분양 전망치는 100.0으로 전월보다 4.1포인트 내렸으나,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분양 실적에 따라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의 덩치 차이가 좀 더 벌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왔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올해 주택부문 실적이 최근 몇 년 내 가장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경기가 좋지 않으면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의 격차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 서울에서도, 대구에서도 미분양

본격적인 봄 분양 성수기를 앞두고 ‘분양 불패’ 지역이었던 서울과 대구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해 건설사들은 긴장한 모습이다. 5월까지 수도권에만 약 4만가구가 분양에 나서는데 올해 전체 물량의 절반을 넘는 만큼 이 기간의 분양 성적이 한 해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화양동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1순위 청약에서 전용 115㎡ 4가지 주택형이 모두 미달된 청약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서울에서 1순위 청약이 미달한 것은 지난 2017년 9월 '장안 태영 데시앙' 이후 처음이다. 대구에서도 신규 분양시장 분위기가 다소 움츠러들고 있다. ‘대구국가산단 A3 블록 모아미래도’ 역시 77㎡A와 77㎡B 두 가지 주택형 모두 미달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 봄에는 지난해 말 넘어온 청약 물량이 많이 대기하고 있어 청약 수요 분산을 염려하고 있다”면서도 “일례로 청약 성적이 뛰어나지 않을 것 같은 곳에서 이른바 ‘대박’이 터지는 것처럼 이 시장이 워낙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이다보니 봄 분양 성수기가 오기 전에 분양시장이 침체될 것이라고 말하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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