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쁜 형사', JTBC '리갈하이', 넷플릭스 '지정생존자' 포스터

[한스경제=신정원 기자] 방송가는 요즘 해외에서 소재 찾기 바쁘다. 지난해만 해도 지상파, 종편 등 각종 방송사가 영화, 해외 드라마를 각색해 제작한 리메이크작만 10편 이상이다. OCN '미스트리스'(미국), '라이프 온 마스'(영국), KBS 2TV '슈츠'(미국), '최고의 이혼'(일본), tvN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 개의 별'(일본), MBN '리치맨'(일본) 등의 작품이 전파를 탔다. 올해도 어김없이 리메이크작이 줄을 잇는다. MBC '나쁜 형사'(영국), JTBC '리갈하이'(일본)에 이어 tvN '지정생존자'(미국) 등 다수의 작품이 해외 작품을 각색한다. 

리메이크가 하나의 장르처럼 여겨지는 현상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아시아를 넘어 미국에서도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는 움직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 드라마 '다시 만들기' 열풍

국내 드라마 시장은 해외 드라마, 만화 등을 재창작하는 것이 대세다. 검증된 탄탄한 스토리와 고정 팬을 확보할 수 있다는 안정성 때문이다.

지난 1월 종영한 MBC '나쁜 형사'는 영국 BBC 드라마 '루서'(2010)를 원작으로 국내 현지화 과정을 거쳤다. 제작 당시 김대진 PD는 "리메이크작을 만든 여러 감독과 작가들을 만났다. 원작을 그대로 차용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 지배적이더라. 영국 감성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어 사건보다 인물, 캐릭터들의 전사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서를 제대로 반영한 덕분일까. '나쁜 형사'는 5% 이상의 고정적인 시청률을 이어오더니 마지막 회에선 7.2%로 지상파 월화극 1위를 찍으며 성공적으로 종영했다. 범죄율이 높은 사회 속에 '다크 히어로' 형사 우태석(신하균)에게 대리만족의 쾌감을 느낀 시청자가 많은 결과다.

그러나 현지화 미숙은 리메이크 실패로 이어진다. 국내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계룡선녀전'은 현실 배경과 동떨어진 애니메이션 같은 CG로 혹평을 얻었다. 시즌7까지 방송한 미국 USA네트워크의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KBS 2TV '슈츠'는 주인공 얼굴만 바뀌었을 뿐 포맷은 그대로였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원작 때부터 주변을 곤란하게 만드는 설정이라는 지적을 받은 '가짜 변호사' 고연우(박형식)를 그대로 가져온 것 역시 원작 팬들의 실망을 자아냈다. 원작의 인기에 기대기보다 새로운 것을 추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채널이 많아지면서 콘텐츠도 다양해지고 있다. 콘텐츠를 많이 제작해야 되는 상황에서 외국 작품은 편하게 들여올 수 있는 소재거리다. 창작물을 도전하기에 위험 리스크가 있다 보니 검증된 스토리를 찾는 추세다. 다만,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재해석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외면 받기 쉽다. 또 리메이크작이 과도하게 많아지면 순수한 창작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원작의 재창작과 함께 순수 창작물 시장을 살리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KBS 2TV '굿 닥터', 미국 ABC, AXN '굿 닥터(The Good Doctor)' 포스터

■ 해외에서는 '한류 리메이크' 인기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한류 리메이크가 인기다. 해외 드라마, 예능 시장은 인기 스타 작가들의 작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013년 방영한 KBS 2TV '굿 닥터'는 미국 ABC에서 리메이크 돼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국 드라마 리메이크 역사상 시즌3까지 이어지는 명작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시즌2 종영을 코앞에 두고 있는 미국판 '굿 닥터(The Good Doctor)'는 지난 5일 시즌3 제작을 공식 발표했다. '장애를 가진 의사'라는 독특한 소재와 작품만의 따뜻한 감성이 통한 것. 다만, 한국 드라마의 지나치게 높은 멜로 비중은 미국식으로 각색되면서 줄어들고, 주인공의 성장기가 더욱 도드라졌다. 이는 현지인들의 취향을 단숨에 저격하며 흥행 요인으로 작용했다.

JTBC '힘쎈여자 도봉순' 역시 미국에서 '스트롱 걸(Strong Girl)'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이 있다. 유명 격투기 선수 출신 론다 로우지가 여주인공 물망에 오른 상태. 아담한 체구를 가진 도봉순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괴력을 발휘한다는 설정과는 차이를 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한국 드라마에 대한 해외 수요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의 활약이 돋보인다. tvN '꽃보다 할배' 포맷은 지난 2014년 미국 NBC에 수출된 것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터키, 폴란드, 이스라엘 등 수출 지역이 넓어졌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 포함 총 20여 개국에 판매된 MBC '복면가왕'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도네이사에서는 시즌4, 태국에선 이미 시즌6까지 방송하며 인기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포맷 수출은 지난 2016년 한한령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6년 동안 50배가량 증가했다. 2010년 101만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액이 2017년 6000만 달러에 육박한 것. 2015년 8개국이던 수출 지역 역시 2016년 15개국으로 확대됐다. 한국 콘텐츠가 현재 세계 방송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재근 평론가는 "아시아에서는 이미 한국 포맷이 경쟁력이 있다"며 "성공이 검증됐기 때문에 수출 범위가 확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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