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배우 김향기가 영화 ‘증인’(13일 개봉)에서 자폐아 소녀 지우로 분했다. 특유의 순수하고 맑은 연기로 쌍천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함께’ 시리즈에 이어 또 한 번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자폐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관통하고, 진정한 소통을 되묻는 이 영화가 사랑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김향기의 호연 덕이다.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를 진정성 있게 표현했다는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쉽지는 않았지만 대본이 정말 좋았다. 굉장히 큰 사건이 있거나 연기 톤이 높아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였다. 소통에 대한 과정을 그리고 있는 영화다. 한 인물에게만 집중하기보다는 이야기를 표현하는 대본이었다. 읽고 나니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자폐 스펙트럼 증상에 대해 많이 알아봤다던데.

“감독님이 다양한 영상들을 보여주셨다. 아무래도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니까. 그들의 입장에서 보이는 시선이라든지 인터뷰 영상 등을 많이 봤다. 감독님께서 추천해주신 책이나 영화를 보기도 했다.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큰 틀을 잡아갔던 것 같다. 세세하고 디테일한 것들은 현장에서 감독님과 맞춰보면서 연기했다.”

-직접 헤드셋에 카메라를 달고 영화에서 지우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영상을 찍었는데.

“지우의 시선을 보여드리기 위해 작업한 장면이다. 카메라 감독님과 함께 연습을 했다. 두 번 만에 감독님의 OK사인을 받았다. 지우의 감정이 포함된 신이다 보니 내가 직접 해 보겠다고 말씀 드린 장면이다.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또래 배우가 아닌 정우성과 호흡하는 장면이 대부분이었다. 소통이 힘들지 않았나.

“나이 차가 많아서라기보다는 내 성격 자체가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건네는 편이 아니다. 정우성 삼촌이 굉장히 편하게 대해주셔서 잘 지냈다. 첫 촬영 때부터 현장이 안정돼 있기도 했다. 그래서 더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다.”

-영화 속 지우는 순호(정우성)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좋은 사람이라는 게 각자의 입장에서 다 다르긴 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피해가 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남에게 상처를 주는 길을 선택해서 가는 건 좋은 사람의 기준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폐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관통하는 영화인데.

“사실 이 영화를 찍기 전에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친구들의 사고방식은 나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탈적인 행동이나 발작을 했을 때 다가가기 힘들겠다고 단정했던 것 같다. 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증인’을 찍으면서 자폐 스펙트럼 친구들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우리와 다른 게 아니라 지우처럼 감각이 발달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힘들 수 있는 거고 그걸 막기 위해 하는 행동들인 거다. 그들에게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노력인 건데. ‘증인’을 찍으면서 점점 자폐 스펙트럼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 관객 분들 역시 이 작품을 보면서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더 커지셨으면 한다.”

- ‘신과함께’ 시리즈 출연 후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 부담스럽지 않나.

“당연히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연기를 할 때 드는 감정들은 똑같다. 여전히 난 연기를 좋아하고, 연기를 통해 성장하고 싶은 마음은 똑같다. 부담을 느껴서 뭔가 변화를 주려고 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욕심을 많이 부려봤자 스스로 빨리 지칠 것 같다. 대중들이 봤을 때 안 어울리는 캐릭터를 하며 변신을 시도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한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