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보험사 실적악화에도 고배당 정책 유지
금융당국, 재무건전성 확보해야
삼성생명은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7.5% 증가하며 생보사 중 유일하게 수익이 증가했다. 삼성생명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은 1100억원의 배당수입을 받는다.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보험사 실적악화에도 불구하고 최대주주의 배당금은 실적에 관계없이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을 앞두고 자본 확충에 주력해야 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고배당 정책에 대해 최대주주 배불리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들의 경영실적은 최소 8%에서 최대 3분의 1까지 줄어들며 실적이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성장, 장기 불황 여파 속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면 순이익 대비 배당금 규모를 뜻하는 배당 성향은 오히려 높아져 최대주주의 이익은 늘어났다.

지난해 순이익이 무려 40%나 감소한 메리츠화재는 배당성향이 전년 32.4%에서 39.1% 높아져 917억원을 배당한다. 이중 최대주주인 메리츠금융지주는 470억원을 가져가고, 지분 68.9%를 보유한 조정호 지주 회장은 454억원의 배당수입을 올렸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수익이 19.5%나 감소했지만 배당액이 1265억원으로 지난해 손해보험사 중 삼성화재(4888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DB손보 주식 470만8500주(6.65%)를 보유한 김준기 전 회장은 94억원을 배당받게 된다. 아들인 김남호 DB손보 부사장의 배당금은 120억원, 딸인 김주원씨도 44억원 가량 배당금을 받는다.

현대해상도 배당금 총액이 901억에 달하며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20% 가량 줄었다. 여기에 노조와 성과급 지급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은 220억원의 배당수입을 받고, 아들인 정경선씨와 정정이씨도 각각 2억원과 7000만원의 배당금을 받는다.

생명보험사 중에서 오렌지라이프는 전년보다 순이익이 10% 가량 줄었지만 중간배당까지 더한 배당성향이 68.5%로 높은 가운데 현금 배당 총액은 2132억원이다. 지난해 오렌지라이프는 사명변경으로 브랜드비용이 증가해 순이익이 감소했지만 올해까지 소액주주에게 고배당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또 동양생명도 순이익이 무려 71.2%나 감소했지만 155억원을 배당한다.

삼성생명은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7.5% 증가하며 생보사 중 유일하게 수익이 증가했고, 4758억원을 배당한다. 다만 삼성생명은 지난해 순이익이 늘었지만 삼성전자 지분매각 차익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삼성생명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20.7%)은 1100억원의 배당수입을 받는다.

보험사들은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고배당 방침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주주 가치를 높이고 주가 방어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배당이 기업의 상황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하지만 과도한 배당은 보험사 건전성에 문제가 되는 만큼 적절한 대응 능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보험업계는 새로운 국제회계기준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규제 강화를 앞두고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위기관리가 중요한 상황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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