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양지원 기자]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의 오리지널 영화 ‘로마’가 2019년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 최다 부문의 후보에 오르며 필수관람 영화로 주목 받고 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가장 사적인 이야기 ‘로마’의 매력을 짚어봤다.

■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직접 촬영한 아름다운 화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롱테이크의 대가로 유명하다. ‘칠드런 오브 맨’의 시가지 전투 장면은 무려 12분에 달하는 트래킹 숏으로 촬영되며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로마’는 1970년대 초반 혼란의 시대를 지나며 여러 일을 겪어야 했던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 사는 클레오의 삶을 따라가는 영화로 여러 작품을 함께했던 촬영 감독 에마누엘 루베스키와의 스케줄이 맞지 않자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직접 카메라를 들었다.

로마’의 롱테이크는 패닝과 트래킹으로 집안일을 하는 클레오의 모습이나 로마의 거리를 친구와 함께 뛰어가는 장면, 후반부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바닷가 장면 등 여러 부분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하나의 장면을 긴 호흡으로 담아내는 롱테이크를 통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당시의 시간을 재현하고 과거를 기억하는 자신의 시선을 담아냈다.

■ 감정을 밀고 당기는 음향

'로마'에는 BGM, 즉 백그라운드 뮤직이 없다. 하지만 음악의 부재를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밀도감 넘치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라디오에서 들리는 당시의 유행가요, 개 짖는 소리, 자동차 정적, 거리의 소음 등 일상의 소리를 그대로 재현해 화면에 촘촘히 덧입혔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비주얼로 우리는 전경, 중경, 후경을 보게 된다. ‘로마’에서는 사운드에서도 이런 층위를 만들고 싶었다”며 소리에 엄청난 심혈을 기울였음을 밝혔다. 특히 후반 바닷가 장면의 파도 소리는 말 그대로 압도적이다. 사운드의 크기와 방향을 조절하고 여러 파도 소리와 생활 소음을 겹겹이 쌓아 올린 사운드는 아픔을 헤쳐온 가족이 진정한 하나가 되는 클라이맥스로 관객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 실제 사용했던 소품 활용

흑백 영화하면 흔히 옛날 영화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로마’에서 보여준 흑백은 현대적이고 세련되며 섬세하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촬영을 하며 중점을 뒀던 부분이 있다면 매우 현대적인 흑백을 연출하고 싶었다는 점이다. 현대적인 시각에서의 과거를 촬영하는 연출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한 집 장면에서 대부분의 소품은 쿠아론 감독의 가족이 실제로 사용했던 것들로 채워졌고, 쿠아론 감독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자신을 길러줬던 여인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담아 그 시절을 촘촘히 재현해냈다. 멕시코의 거리도 철저한 고증을 통해 수개월을 거쳐 되살렸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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