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69.2%가 대부업체 이용, 30.8%가 사금융 경험
대부업체 이용 이유는 제도 금융사에서 필요자금 충당할 수 없어
연체이자율 규제조항 신설 및 일몰제 삭제 등 법정최고금리 인하 후 많은 금융이용자 대부업체 이용 불가
성남시에서 적발된 대부업 불법 광고 전단. /사진=성남시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1. 연봉 3500만원에 서울에서 직장생활 중인 김모(35) 씨는 최근 신혼집 마련을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 전세자금 대출을 신청했다가 학자금 대출에 발목을 잡혔다. 학자금 미수 채권, 즉 장기간 돈을 갚지 않은 경우 공사 상품을 이용하려면 채무금액을 일시에 전액 상환해야 신청이 가능했다. 계약 완료 날짜가 얼마 남지 않은 김씨는 대부업체를 알아봐야하나 고민했다.

#2. 이모(28·여) 씨는 C법인기업에 입사한지 7개월이 됐다. 연봉은 2800만원, 신용평가정보사 NICE에서 확인한 결과 5등급의 신용등급을 받았다. 현재 I은행에 857만원, L카드사에 452만원의 부채가 있다. 카드론 상환 및 기타 목적으로 2000만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1금융권에 대출을 알아봤지만 부족한 재직 기간 및 신용등급으로 인해 추가대출이 어려웠다. 이씨는 카드론이라도 해결하기 위해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 일명 '돌려막기'를 고심했다.

#3. 육군 하사로 복무 중인 김모(25) 씨는 출가한 누나로부터 '급한게 쓸 데가 있는데 500만원만 빌려줄 수 있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모아둔 돈이 없었던 김씨는 아무 생각없이 TV 케이블 채널에서 광고하는 일본계 대부업체에 전화를 걸어 500만원을 빌려 누나에게 건넸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거나 대출이 어려운 이용자들이 대부업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부업체의 대출 거절 비율이 급등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업은 지난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후 신용이 낮은 서민계층을 대상으로 제도권 금융과 불법 사금융 사이에서 마지막 자금 공급원으로 완충적 역할을 담당해왔다. 2017년 말 기준 대부규모는 16조5000억원, 대부이용자는 247만3000여명에 이르는 등 독자적인 시장을 형성해 왔다.

법 제정 당시 연 66%에서 단계적으로 지난해 2월 연 24%까지 대출금리가 낮아져 금융소비자의 이자부담은 적어졌지만 반대로 신용이 낮은 계층은 대부업자로부터 자금을 융통하지 못하고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발표한 '대부업·사금융시장 이용자 및 업계동향 조사 분석'을 살펴보면 최근 3792명(남성 2250명·여성 15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9.2%가 대부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30.8%는 사금융을 경험했으며, 대부업체와 사금융 모두 이용 중인 비율은 13.1%, 사금융만 이용했다는 응답은 6.2%로 집계(이하 복수응답)됐다.

세부적으로는 20대와 30대가 각각 72.3%, 72%로 가장 많았으며 직업별로는 회사원과 주부가 72.2%, 70%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대부업체와 사금융을 모두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 자영업자는 18%였으며 월평균 소득 400만~500만원인 이용자가 15.1%, 600만원 이상 고액 연봉자도 13.6%에 달했다.

대부업체 이용 이유로는 '필요자금을 금융기관에서 충당할 수 없기 때문'(63.5%), '신속한 대출'(26%), '어디서 돈을 빌려야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광고·전화·문자 등을 보고'(23.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인 경우에는 제도 금융회사에서 대출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나 대부업법 개정에 따라 연체이자율 규제조항 신설 및 일몰제 삭제 등 법정최고금리 인하 후 많은 금융이용자들이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대부업체 대출신청 거절 비율은 54.9%(2017년 31.7%, 2016년 16%)로 급증했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신청을 거절 당하자 14.9%가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고, 14.6%는 개인워크아웃 또는 개인회생 파산 신청을 했다.

햇살론은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 저소득 서민에게 보증지원을 통해 생활의 안정을 돕고자 만든 서민전용 대출상품이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 대부업체 이용자 대부분 생활 자금 또는 부채 돌려막기

대부자금을 융통한 이용자들의 용도로는 '주거관리비 등 기초생활비'(64%)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 자금을 대부업에서 빌린 셈이다. 이어 '신용카드대금 등 다른 부채 돌려막기'(44%), '창업 등 사업자금'(11.2%), '병원비'(10.9%), '자녀교육비'(8%), '내구재 및 주택구입'(4.8%) 순이었다. 대부자금으로 '주식투자 등 재테크'(3.3%), '여행·쇼핑·레저비용'(2.1%), '유흥비 마련'(1.9%), '도박 및 투기'(0.9%) 등 불필요한 목적은 미미했다.

미등록 사금융업자 2곳 이상 이용한다는 응답률은 47.4%에 달했다. 사금융업자의 대출금리는 천차만별인데, 연 24% 이하 이용자는 40.1%였으며 연 24%~48%도 36.3%나 차지했다. ▲96~120%(2.6%) ▲120~240%(5%) ▲240~480%(4.7%) ▲480~1200%(2.6%) 등 96~1200% 이용자는 16.8%로 집계됐다.

사금융 이용자들은 '법정한도 초과이자 징수'(40.5%),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불법채권추심'(25.1%), '부당한 대출중개수수료 요구'(8.7%) 등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사금융에 손을 빌려 많은 대출이자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 햇살론, 사잇돌 대출 등 정책금융에 의존하거나 전세를 살고 있다면 월세로 전환해 지출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면 2014년 7월부터 시행 중인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는 대리인(변호사)을 위임해 채무자를 대신해 채무독촉을 대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다. 채무자가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신청했다면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채권추심을 할 수 없고, 방문 독촉 및 전화 독촉 등을 대리인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채무자 대리인 제도 이용 자격은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200% 이내 ▲현재 채무를 연체중인 상태 ▲채무조정제도 절차 진행중 등이다. 대신 대부업 채무만 가능하며 워크아웃, 개인회생·파산 등 채무조정 제도를 이용해야만 가능하다.

서민금융연구원 조사 결과 대부업체 및 사금융 이용자 중 73.2%가 채무자 대리인 제도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 불법 사금융 피해자 보호 및 대책 수립에 힘써야

서민금융연구원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는 채무자의 지출규모 축소·워크아웃제도 활용 등 효과적 대응으로 일부 긍정적 효과도 있으나 부모형제 의존, 고금리 사채시장 이동 등 부작용이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나 최고금리의 인하 수준이나 속도는 시장의 수용능력, 부작용 등을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상한 및 규제방식을 시장별, 기관별, 상품별 등 차등화해 신축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고금리 논의 시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 및 기준금리 변동도 고려해야 한다"며 "대부시장에서 탈락된 대부이용자 등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포용 측면에서 이들의 신용경색 문제를 풀어줄 자금가용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또 "불법 사금융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을 대폭 강화해 불법 사금융 피해자 보호 및 등록 대부업자의 사채업 전환 유혹을 미연에 방지, 사금융이용자 피해구제를 위한 유관부처가 참여하는 '민생경제침해사범 특별대책' 수립 등 방안 마련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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