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네이버, 자회사 라인 통해 일본 미즈호 그룹과 스마트폰 은행 설립 준비중
대만·태국 현지 은행과 인터넷은행 설립 추진
네이버 일본법인 라인(LINE)이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준비 중인 '라인 뱅크'. /사진=라인 제공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국내 인터넷은행 진출을 고사한 네이버가 해외에서 금융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LINE)을 통해 일본·대만·태국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 또는 준비 중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7800만명이 이용 중인 네이버 라인은 지난해 1월 일본에 '라인파이낸셜'을 설립해 가상화폐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라인파이낸셜은 지난해 11월 일본 대형은행 미즈호파이낸셜그룹과 인터넷은행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이용자를 위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인데, 한국 카카오뱅크·케이뱅크(K뱅크)와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형태가 될 예정이다. 라인이 51%,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이 49%를 출자한다.

라인은 대만에서도 인터넷은행 사업에 진출한다. 지난해 11월 대만 현지법인 라인파이낸셜타이완은 인터넷은행 인가 신청을 위한 컨소시엄 주주 구성을 공개했다. '라인뱅크'로 명명된 인터넷은행은 라인파이낸셜타이완이 49.9%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가 되고 대만 후방은행이 25.1%를 보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외 '파 이지톤 텔레커뮤니케이션스', '티아완 모바일' 등 통신사와 CTBC은행, 타이완스탠다드차타드은행, 타이완 유니언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한다. 라인은 대만에서도 '국민 메신저'로 통한다.

또 '라인파이낸셜아시아' 태국 카시콘은행과 합작으로 '카시콘라인'을 설립해 인터넷은행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지분구조와 출자금 등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라인이 최대주주가 될 전망이다.

라인은 또 KEB하나은행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20%를 인수, 현지에서 디지털뱅크 사업을 시작했다. 인도네시아는 전국민의 절반 정도만 은행 계좌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금융 시장 발달 여지가 큰 나라다. 코트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특히 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가 한국대비 2.5배 정도라 마진율이 높다. 인터넷 이용자도 1억4326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도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는 등 해외 금융 투자 자본 규제 완화 분위기도 조성돼 있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미래에셋대우와 디지털 금융사업 공동추진 MOU를 체결하는 등 인터넷은행 설립 기반을 마련했다는 시선을 받았다. 양사는 이미 지난 2017년 6월 50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각각 상호 매입하며 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네이버는 증권사 매입설이 대두되자 이를 공식 부인했지만 금융계에서는 네이버가 은행업에 진출한 후 증권사를 인수할 것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지난달 22일 "국내 인터넷 뱅킹 환경이 너무 잘 형성돼 있고 카카오뱅크와 K뱅크 역시 잘하고 있는 상황이라 네이버만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 결과"라며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네이버가 국내 인터넷은행업 진출에는 ‘냉랭’하지만 해외에서 '뜨거운' 이유에 대해 정부가 네이버 등 ICT(정보통신)주력기업의 은행업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추진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운영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 제정안이 큰 메리가 되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ICT기업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개정했지만 앞서 언급한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일본, 대만, 태국에서는 네이버의 의지에 따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다양한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야하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많은 단계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라인이 국내에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주목하기도 했다. 카카오톡은 4300만명이 이용하고 있지만 라인 측은 국내 이용자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열세로 풀이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스경제에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익이 가장 중요한데 수익성 면에서 국내 인터넷은행이 고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 않느냐"면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로 고객을 공략해야하는데 지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의사 결정에 걸림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지분 제한이 없거나 미미해 네이버의 해외 금융업 진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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