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한베트남은행, 2017년 총자산기준 HSBC은행 제치고 외국계 은행 1위 등극
2018년 총자산 4조957억원, 당기순이익 966억원
주재원 49명, 현지직원 1676명으로 완벽한 현지화
베트남으로 향한 금융사들. /사진=각 금융사 로고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신짜오(Xin Chao)! 아침이나 저녁, 만날 때나 헤어질 때 장소와 상관없이 쓸 수 있는 베트남 인사말이다. '박항서 매직'으로 친한 국가로 급부상 중인 베트나 하노이에서 27~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가운데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이 관심을 모은다.

신한은행은 신한베트남은행을 출범시켜 지난해 총자산 기준으로 HSBC은행을 제치고 외국계 은행 중 정상에 올랐다. KB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행 등도 베트남에 현지 법인을 세우고 지점을 오픈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보험사와 카드사, 증권사 등도 베트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몰려들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포스트차이나로 부상하는 베트남 2030'에 따르면 베트남은 오는 2030년 1인당 GDP규모 1만7988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2018년 중국의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2881억 달러에 불과한 베트남의 민간신용 규모도 2030년까지 1조100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 신한베트남은행, 지난해 외국계 은행 1위…현지 디지털 금융 시장 공략

신한은행은 베트남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993년 한국 금융사 최초로 베트남 호찌민에 대표사무소를 설립한 신한금융은 1995년 6월 호찌민지점을 개설했다. 이후 2009년 현지 법인으로 전환했다. 2011년에는 '신한베트남 통합은행'을 출범시켰고, 2016년 4개 현지법인을 추가 설립했다.

베트남 현지법인 '신한베트남은행'은 2017년 호주·뉴질랜드(ANZ)은행 베트남 리테일 부문을 인수하며 HSBC은행을 제치고 외국계 은행 중 1위(총자산기준)를 차지한 바 있다. ANZ은행 베트남 리테일 부문은 2016년 9월말 기준 수신 5억4700만 달러, 여신 1억6100만 달러 규모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인수를 통해 총 자산이 30억 달러로 늘어났다.

현지화 노력으로 현지직원 비중이 97%(1676명·주재원 49명)에 달하는 신한베트남은행은 지난해 총자산 4조957억원, 순이익 966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총자산 3조6671억원, 순이익 470억원 대비 괄목할만한 성과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거둔 글로벌 수익 3215억원 중 30%를 베트남에서 채웠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디지털 금융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 1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 '잘로(Zalo)'와 디지털 특화 대출상품 '포켓론'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업무협약(MOU)를 지난달 체결했다. 또 전자지갑 플랫폼 '모모(MoMo)'와 부동산 플랫폼 '무하반나닷(Muabannhadat)' 등 현지 디지털 플랫폼 3사와 금융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포켓론'은 신한베트남은행의 비대면 대출 프로세스와 잘로의 모바일 플랫폼이 결합된 모바일 간편 대출상품으로, 잘로 앱에서 대출 가능 금액과 금리를 조회한 후 대출 신청까지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신한베트남은행 전경. /사진=신한은행 제공

◆ KB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행, '굿모닝 베트남'

KB국민은행은 호치민지점에 이어 최근 하노이지점을 오픈했다. 베트남의 개발 및 투자, 한국기업 진출이 집중된 북부 지역 중심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노이지점 개점식에는 허인 국민은행장이 직접 참석해 힘을 실었다.

허인 행장은 개점식 축사를 통해 "KB국민은행은 신남방정책의 중심 국가인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 지점을 설치함으로써 베트남 북부지역에 진출한 기업에 대한 여·수신 및 수출입금융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IB시장, 자본시장, 디지털뱅킹 서비스 및 KB금융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한 원스톱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6년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은행은 2016년 베트남우리은행 법인 인가를 받았다. 하노이, 호찌민, 박닌, 하이퐁, 타이응웬, 빈증 지점과 푸미흥 출장소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단 6시간 내에 현지통화로 받을 수 있는 '베트남 동(VND) 직접 해외송금 서비스'를 운영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존 송금방식은 베트남으로 송금할 경우, 주로 미국 달러(USD)로 송금하고 베트남에서 동으로 재환전을 해야했다. 해당 서비스는 베트남우리은행을 통해 베트남 동으로 직접 송금, 현지 수령금액을 확정할 수 있고 재환전을 하지 않아 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0년 금융위로부터 호치민 사무소 지점 전환을 승인받았다. KEB하나은행은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글로벌 IT인재 양성 아카데미'를 통해 현지 대학생을 대상으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 관련 IT교육을 무상 제공 중이다.

또 현지 초등학교에 ▲컴퓨터 교실 및 도서관 설치 ▲학교시설 개·보수 ▲교육자재 및 학용품 제공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하나 해피 클래스(Hana Happy Class)' 사업을 통해 현지와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NH농협금융은 지난해 11월 베트남 농업계 상업은행 어그리뱅크(Agribank)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협력사업 다각화 및 실행계획을 논의 중이다. 그동안 양 그룹은 은행분야에서 협력을 진행해 왔다. 2017년부터 300명 규모의 인력 교환연수를 실시하고 외화송금대금 수취 서비스 'NH-Agri 무계좌해외송금'도 출시했다.

농협금융은 농협은행 하노이지점 및 증권법인과 어그리뱅크간 상호 금융지원 및 고객소개, 디지털금융 및 농업금융 협력 등을 통해 사업활성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박항서 매직'에 '친한' 국가로 급부상한 베트남. /사진=신한은행 제공

◆ 보험·카드사, 베트남 공략 나서다

보험사와 카드사도 베트남 시장을 집중 공략 중이다.

국내 손해보헙업계 1위 삼성화재는 2002년 11월 호찌민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2017년 베트남 손보사 피지코(pjico)의 지분 2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해상도 호찌민, 하노이에 사무소를 두고 현지 진출 한국기업 등에 보험 서비스를 강화했다.

동부화재는 지난 2015년 베트남 손해보험시장 점유율 5위인 PTI(Post & Telecommunication Insurance) 손보사를 인수했다. PTI손보사는 1998년 정보통신부 산하 국영 기업인 베트남우정공사(VNPost)가 주주로서 참여해 설립, 베트남 상위 손보사 중 높은 성장률과 수익성을 시현한 우량 기업이다.

2009년 베트남에 진출한 한화생명은 올해 전사적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베트남 1위 기업 빈(VIN) 그룹과 소액대출, 할부금융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오는 4월부터 베트남에서 신용카드 영업을 시작하는 롯데카드는 지난해 3월 베트남 중앙은행으로부터 현지 소비자금융 및 신용카드 회사 '테크콤 파이낸스' 지분 100%를 인수하고 '롯데 파이낸스 베트남'을 설립했다. 또 12월에는 베트남에서 소비자 금융 및 대출 영업을 개시했다.

지난해 말 글로벌성장본부를 신설한 하나카드도 베트남 진출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계획이다.

증권사들도 베트남에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2007년 미래에셋대우가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후 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등 5개사가 현지 법인을 만들어 성장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 '포스트차이나' 베트남 "적극적인 영업 확대 추진해야"

베트남은 발전 수준 대비 낙후된 금융시스템을 갖고 있다. 소득 수준이 낮아 계좌보유 니즈가 적었고 제도권 금융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계좌보유율(전체인구 대비 30.8%)이 미미했으나 베트남 정부에서 나서 인프라 개선을 주도하면서 금융시스템의 신뢰도가 제고되고 있어 금융시장이 발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금융회사들은 현재 베트남의 성장잠재력을 기회요인으로 삼아 진출을 확대하고 있으나 현지화를 통해 더욱 적극적인 영업 확대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베트남 정부의 현금없는 사회로의 전환 추진 등 디지털 금융이 리테일 금융시장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혁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