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쩌다, 결혼' 스틸컷

[한스경제=신정원 기자]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이다. 세대가 변하면서 2030 청춘들이 대하는 결혼관도 바뀌었다. 영화 '어쩌다, 결혼'(감독 박호찬, 박수진)은 이러한 젊은이들의 시선을 담았다. 부모님의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결혼을 꼭 해야 하는 성석(김동욱), 엄마와 세 오빠의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 나만의 인생을 찾고 싶은 해주(고성희)의 가짜 결혼기로,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딱 3년간만 결혼하는 척하기로 계약하는 내용을 그린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외피를 입고 있지만, 결국 두 남녀 주인공의 현실적인 꿈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만,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성석과 한때 잘 나가는 육상 요정이었지만 부상 후 선수 생활을 접고 체대 조교수로 일하고 있는 해주가 '시간 때우기식 맞선'으로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김동욱의 능청스럽지만 밉지 않은 코믹한 모습과 고성희의 공감 유발하는 연기가 빚어내는 케미는 영화가 내세우는 첫 번째 관전 포인트다.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위장 결혼을 택한 두 사람은 톰과 제리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성공적인 가짜 결혼을 위해 주의해야 할 주변인들을 설명하고 리허설하는 장면은 피식한 미소를 선사하는가 하면, 리허설과 달리 흘러가는 모습은 웃음과 함께 쫀쫀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영화 '어쩌다, 결혼' 스틸컷

김의성을 비롯한 조우진, 김선영, 염정아 그리고 정우성, 이정재까지 그야말로 명품 배우들의 맛깔나는 활약 역시 특별하다. 조연이라는 작은 역할임에도 수년간 쌓아온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허를 찌르는 애드리브를 선보이며 극의 재미를 더한다. 특히 변호사와 경찰로 분한 이정재와 정우성은 관객이 지루해 할 순간에 등장해 즐거운 눈요기 역할을 한다.
 
명품 주연, 조연 배우들이 선택한 작품답게 '어쩌다, 결혼'은 기존의 로코와 달리 '리얼 엔딩'이라는 특별한 결말을 그린다. 김동욱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욱 진솔하게 다가가고, 고성희는 긍정의 힘으로 앞날을 개척해나가는 엔딩을 맞는다. 남녀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보통의 로코물과 다르지만, 전혀 아쉽지 않은 결말이다. 우정에 가까운 감정으로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드는 두 남녀의 모습은 아쉬움보단 오히려 그들의 앞날을 함께 응원하게 만든다. 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87분.

신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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