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성전자, '인재제일' 강조…테마는 ‘청소년 교육’
SK최태원 회장 사회적 난제 해결 나서…"사회적 경제에서도 혁신성장해야"
일자리 만들고 치매 노인 지원까지…현대차그룹의 달라진 ‘공헌’
최정우 포스코 회장 취임·신년사 ‘사회공헌’ 언급…‘포스코 고유 브랜드화’ 강조

[한스경제=김덕호 기자] 이윤을 많이 내는 회사보다 '착한' 기업이 각광받는 시대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사(社)는 지난달 시애틀 지역의 심각한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5억 달러를 선뜻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블로그를 통해 "건강한 기업은 건강한 공동체의 일부가 돼야 한다"는 금융 공약을 밝혔고, 5억 달러 중 절반을 주택 구입자들에게 시장 금리 이하의 저리로 대출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빌 게이츠의 사회환원 노력이 얼마나 자사 경영활동 및 가치향상에 이바지하는지를 알려주는 수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지향과 노력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래가치를 더 밝게 해 준다는 점은 분명하다.

국내에서도 이처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고, 이를 공감한 대기업도 많다. 기존의 지원을 벗어나 기업과 총수의 신념, 공헌 분야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업의 역량을 새롭게 모으고 있다. 또 ▲교육격차 해소(삼성) ▲사회적 난제 해결(SK그룹) ▲일자리 창출(현대차그룹) 등 공헌 분야도 다양화하는 추세다.

삼성전자 교육 사회공헌 프로그램 '2019 삼성드림클래스 겨울캠프'/사진=연합뉴스

◆ '인재제일' 강조한 삼성전자, 테마는 ‘청소년 교육’

삼성은 “소중한 아들·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의중을 사회공헌 사업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룹 경영철학인 '인재제일'과 '상생추구' DNA를 공헌활동으로 이어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 18일, 김기남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고동진 사장이 새로운 비전 '함께 가요 미래로! 인에이블링 피플(Enabling People)'이라는 슬로건을 밝히고, 비전과 테마를 공개했다.

미래를 이끌 청소년들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기존의 교육프로그램 등을 확대·재정비한다는 것이 골자다. 임직원들의 참여 독려를 위해 아이디어와 상향식 의견제시 시스템도 마련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인사로 김한조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안규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장내과 교수를 신규 사외이사를 낙점했다.

김 전 부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의 자선 공익재단법인인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을 맡으며 ▲다문화 가정 ▲장애인 ▲저소득 소외계층 ▲지역사회 봉사활동 ▲국내외 장학금 등의 지원 사업을 시행한 바 있다.

최태원 SK 회장/사진=연합뉴스

◆ SK최태원 회장 사회적 난제 해결 직접 나서

사회공헌의 주체와 방향도 변했다. SK최태원 회장은 그룹 총수가 사회적 난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보 걷는 첫 사례다.

최 회장은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저서를 발간한 데 이어 지난 1월 청와대에서 열린 ‘2019 기업인과의 대화’에서는 ”첨단산업뿐 아니라 사회적 경제에서도 혁신성장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돈을 벌어 과실을 분배한다‘는 원칙보다 사회적 가치(Social Value) 추구가 국민에게 ‘다이렉트’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솔루션이라는 소신도 말했다.

통 큰 지원과 투자도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사회적 기업에 200억 원을 지원하는 결정을 내린 데 이어 올해 신년사에서는 “핵심성과지표(KPI) 가운데 SV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는 파격적인 선언도 밝혔다.

최 회장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그쳐선 안되고, 기업이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안심생활 치유농장 기공식을 마친 뒤 양해각서(MOU)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정순(왼쪽부터) 안심생활 대표이사, 정미영 금정구청장, 오영춘 현대차 부산지역 본부장/사진=현대차그룹

◆ 일자리 만들고 치매 노인 지원까지…현대차그룹의 달라진 ‘공헌’

현대차그룹과 정몽구 재단은 자금지원에서 멈추지 않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자립형’ 사회공헌 기금 운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H-온드림 사회적기업 창업오디션’을 시작으로 최소 3000여개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 목표다.

2022년까지 사회적기업 150개를 육성하고, 청년 신규 고용 1250명 창출에 나서는 한편, 사회적기업 지원 확대를 통해 총 1600개의 청년 신규 일자리를 더 마련한다.

5060세대 전후 신중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굿잡 5060’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신중년 세대가 역량을 발휘할 ‘좋은 일자리(Good job)’를 만든다는 방침이다.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확고히 하기 위해 ‘(사)안심생활 치유농장 기공식’에도 나섰다. 농장 및 농촌자원을 활용해 노인들의 인지적, 정신적, 육체적 건강 회복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하는 ‘다문화가정 수기 공모전 고향방문 지원금 전달’, ‘제9회 다문화가정 고향방문지원 수기 공모전’ 등을 성황리에 종료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중앙)이 31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기업시민봉사상 첫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포스코

◆ 최정우 포스코 회장 취임·신년사 ‘사회공헌’ 언급…‘포스코 고유 브랜드화’ 강조

“사회와 함께하는 포스코가 되고자 사회공헌활동을 사회적 가치 창출로 업그레이드 하겠다”- 2018년 7월 취임사-

7개월 남짓한 임기를 보낸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은 취임사와 신년사 모두에서 포스코의 사회공헌 활동을 언급하고, 이를 업그레이드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사회 공헌을 위한 새로운 경영 이념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강조하며 내부 시스템을 새로 갖추기도 했다. 신설 조직은 ‘기업시민위원회’와 ‘기업시민실’ 이다.

포상 대상도 달라졌다. 지난 1월 31일 열린 ‘기업시민봉사상’의 첫 시상 대상으로 ▲기쁨의 복지재단 ▲클린오션봉사단 ▲반딧불 전기재능 봉사단 ▲엔투비 봉사단 ▲포스코 멕시코의 POSAMI 봉사단 ▲유니테크 봉사단 등 총 6개 단체가 선정됐다. 포스코가 사회공헌 분야에서 외부 단체를 포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회적 요구에 부합하는 새로운 공헌 활동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가 선순환되는 사회공헌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 10억원 이상 기부 이사회 심의…재계 ‘투명경영’ 안착

재계의 사회적 공헌 문화 확산과 더불어 기부금의 목적과 용도에 대한 명기와 책임도 분명해졌다. 사회공헌기금의 흐름과 의사 결정 과정을 공개하며 정경유착의 고리를 사전 차단했다.

10억원 이상의 모든 후원금과 사회공헌기금이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등 사회공헌의 ‘투명성’도 강화됐다. 의결 사항과 참가 인원을 명확히 하고, 관련 사업의 목적이나 방법 기재가 충실해지면서 공헌사업 자체의 ‘선명도’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2017년 SK그룹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재계 모두 기부금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데 나섰고, 포스코는 ‘포스코 운영위원회’의 심의 과정을 보다 강화했다.

가장 먼저 투명화를 시작한 SK그룹은 후원금 액수가 10억원 이상일 경우 이사회 의결을 의무화하고, 외부에 공개한다. 단,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이나 정기적으로 집행되는 기부금, 자연재해 대책 기부금 등 비상기금은 사전집행 가능성을 열어뒀다.

삼성전자는 ▲‘심의회의’ 신설 ▲분기별 운영 현황 및 집행결과 점검 방안을 마련했고, 기업 내 제도로써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 이사회에서 결정한 후원금 관련 사항은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하는 등 투명성을 크게 높였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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