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매든 감독/사진=시카고 컵스 공식 트위터

‘명장’ 조 매든(62ㆍ컵스)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훈련을 하는 팀 내 젊은 유망주들을 가리키며 “주변을 돌아보면 모든 재능들이 여기 다 모여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일례로 헤이메르 칸델라리오(23)라는 3루수 유망주가 있다. 스위치히터에 강한 수비력을 보유했다.

칸델라리오는 얼마 전 오클랜드와 시범경기에서 1회 상대 우완 선발투수 제시 핸(27)으로부터 밀어치는 선제 투런 홈런을 뽑아냈다. 그러고 6회 베테랑 우완 라이언 매드슨(36)을 상대하게 되자 타격 코치에게 다가가 “저 투수는 주무기가 뭐예요?”라고 묻는다. 코치가 “체인지업”이라고 대꾸하자 알았다고는 타석에 들어가 초구 체인지업을 밀어 쳐 깨끗한 안타를 뽑아냈다. 코치는 “여기선 매일 이런 경기가 반복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매든 감독은 칸델라리오에 대해 “타격이 전성기 시절 바비 아브레유(42)를 보는 것 같다”고 했고 티오 엡스타인(43) 운영사장은 “로빈손 카노(34)를 닮았다”고 언급했다.

재미난 건 다른 팀에서 호시탐탐 군침을 흘리는 즉시전력 감의 칸델라리오가 정작 컵스에선 설 자리조차 없을 만큼 두터운 선수진에 울어야 할 처지란 사실이다. 거물 신인왕 3루수 크리스 브라이언트(24) 벽에 완전히 가로막혀 있는 칸델라리오는 컵스의 막강함을 설명해주는 상징적인 예다.

2016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곧 개막한다. 올해 최대화두는 단연 현실로 바짝 다가온 컵스의 108년만 월드시리즈(WS) 정상 탈환이다.

세이버 메트릭스(야구 통계학)를 기반으로 한 유명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는 올 시즌 컵스가 내셔널리그(NL)에서 최강의 공격력을 뿜어낼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당 평균 점수가 무려 4.61점에 달한다. 지난해 97승을 거둔 컵스는 겨우내 알차게 전력을 보강했다. 벤 조브리스트(35) 제이슨 헤이워드(27)를 영입했고 덱스터 파울러(30)와도 재계약했다. 이들의 가세는 작년 689점을 뽑은 팀 공격력의 발전에 분명한 도움을 줄 전망이다.

화력만 좋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경기당 평균 예측실점이 3.75점으로 NL 3위에 랭크됐다. 여기에 백전노장 존 래키(38)가 추가돼 지난해 608실점밖에 하지 않는 짠물 투수진에 힘을 보탠다. 팬그래프의 통계학이 적중한다면 투타 밸런스가 거의 완벽한 컵스의 탄생을 기대해볼 수 있다.

물론 사이영상 수상자 제이크 애리에터(30)와 신인왕 브라이언트가 2015시즌만큼 해주고 지난해 50도루를 합작하며 상대 투수진에 압박을 가한 파울러-앤서니 리조(27)-브라이언트 조합의 ‘발’야구가 여전히 건재해야 한다. 또 마무리투수 엑토르 론돈(28)이 작년 페이스(30세이브 평균자책점 1.67 70이닝 69탈삼진/15볼넷 등)를 유지하고 2선발 존 레스터(32)가 32경기 평균자책점 3.34 수준의 2015년 성적으로 에이스 애리에터의 뒤를 받쳐준단 전제조건이다.

젊은 컵스호는 웬만한 비바람엔 끄떡없을 베테랑 선장 매든을 데리고 있어 든든하다. 결정적인 한방도 가지고 있다. 바로 칸델라리오 같이 넘쳐나는 재능들이다. 7,8월 승부수를 던져야 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 ‘두뇌’ 엡스타인이 활용할 선택사항들이 풍부하다. 벌써 무성한 소문처럼 오클랜드에서 소니 그레이(27)가 보강되기라도 하는 날엔 지긋지긋한 염소의 저주를 뚫고 1908년 이후 컵스의 108년만 WS 제패의 꿈이 현실화된다.

정재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