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북미 정상 회담, 대북 제재 이견으로 결렬
트럼프 "北, 제재 전면 해제 원했다"
리용호 "전면 해제 아닌 일부 해제 요구했다"

[한국스포츠경제=조재천 기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제2차 북미 정상 회담이 마무리됐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입장차를 드러내며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은 채 각자 숙소로 향했다.

괜찮은 분위기에서 이틀간 이어진 정상 회담이 결렬된 가운데 그 원인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현 시점에서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대북 제재와 관련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 측이 요구한 대북 제재에 관한 내용은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뉴스

◆ 美 “北, 제재 전면 해제 원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정상 회담을 마친 후 기자 회견을 가졌다. 그는 ‘김정은이 단순히 모든 제재를 해제하길 원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북측 회담 참석자들은 기본적으로 제재들을 전부 해제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면서 회담에서 합의에 다다르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 기자 회견을 중계하는 한국 방송사 통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제재 완화’로 표현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완화가 아닌 제재 해제를 의미하는 ‘lift’라는 단어를 썼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정상 회담에서 ‘제재 전면 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북한이 핵을 다 포기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 北 “전면 해제 아닌 일부 해제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주장에 북한 측은 말을 아끼는가 싶었다. 날이 바뀐 1일 새벽,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깜짝’ 기자 회견을 열었다. 예고되지 않은 일정이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 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미국 측에 제재 일부 해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북한 측이 미국에 요구한 제재 해제 항목은 5건이다. 이는 유엔에서 북한에게 가하는 제재 11건 중 2016년에서 2017년까지 채택된 사안들이다. 리용호 외무상은 이 5건의 제재를 ‘민수 경제와 인민 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이라고 말하면서 미국 측에 먼저 해제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 회견에서 언급한 ‘제재 전면 해제’ 표현을 부정한 것이다.

◆ ‘제재 해제’에 대한 해석 차

북한 측이 미국에 요구한 제재 해제 항목 5건은 모두 트럼프 취임 이후 채택된 UN 제재들이다. 이 중 2017년 12월 통과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는 북한의 원유 공급량을 제한하는 내용이고, 2016년 11월 통과된 대북 제재 결의 2321호는 석탄 수출액 규모에 상한선을 뒀다. 2017년 8월에는 북한의 원자재 수출 봉쇄와 노동자 신규 송출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북 제재 결의 2371호가 통과됐다.

특히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는 UN에서 가하는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라 불린다. 이처럼 북한 측이 요구한 제재 해제 항목 5건은 현재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대북 제재의 주요 내용이다. 미국 입장에선 북한 측이 요구한 5건의 항목이 제재 전면 해제와 다름없었는지 모른다. ‘제재 해제’의 의미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중요한 건 양국이 정상 회담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알려진 바대로라면 정상 회담에서 북한은 자국 제재 해제 항목을 읊으며 영변 핵시설 폐기를 조건으로 걸었다. 하지만 미국 측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영변 핵시설 외 다른 지역의 핵시설 존재를 거론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했다. 양국은 서로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며 합의에 실패했지만 한편으로는 서로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 알았다는 점에서 꼭 실패한 회담으로 평가받진 않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 / 연합뉴스

조재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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