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에 기업 배당 압박 커질 듯
실제로 작년 삼성·SK 등 10대 그룹 배당 성향 커져
문재인 대통령, 대기업 총수 등 대주주 탈위법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행사 '강조'
지난 1월 16일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주주권 행사(스튜어드십 코드)를 촉구하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와 직원연대지부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권혁기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배당 확대 등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3일 KEB하나은행과 함께 하나금융투자, 하나생명,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하나벤처스 등 5개 자회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기관투자사, 자문사 등은 총 89개사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KB생명보험, KB손해보험, 하나생명보험 등 보험사 3개사 ▲IBK자산운용, KTB자산운용 등 31개 자산운용사 ▲KCGI, 제이케이엘파트너스 등 30개 PEF(사모펀드)운용사 ▲IBK투자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3개 증권사가 있다.

여기에 DGB자산운용, 이큐파트너스,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대교인베스트먼트 등 47개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내 상장사에 투자한 기관투자자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세부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회사를 점검하고 우려사항이 발견되면 투자대상회사와 적극 대화하는 등 주주활동을 통해 수탁자로서 책임을 이행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공정경제 추진전략회의에서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하겠다"며 탈법과 위반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자는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상장사 297개사의 지분 5%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한진칼에는 7.34%(3대 주주), 대한항공에 11.56%(2대 주주)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초 국민연금은 한진칼에 대해 제한적 경영참여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 '중점관리대상'으로 지정해 수탁자 활동을 하기로 했다.

다만 대한항공에는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는데, '10%룰'(단기 매매차익 반환) 때문이었다. '10%룰'이란 기관투자자가 경영권과 관련없이 투자 목적으로 특정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했을 때 이를 공시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금융위원회는 국민연금의 '10%룰' 예외 요청에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 주주환원 정책에 개인 투자자 긍정 평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수익성 개선 등을 기대할 수 있어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현금배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제공한 지난해 10대 그룹사 현금배당액을 살펴보면 삼성그룹은 11조6858억원을 배당했다. 2017년 대비 52.7% 늘어난 수치다. 현금배당성향은 16.2%에서 22.5%로 크게 뛰었다.

SK그룹이 이어 2조8944억원, 현대자동차 1조7641억원, LG그룹 1조3013억원, 포스코 9083억원, 롯데 6167억원 순이었다.

현대차는 2017년 대비 당기순이익이 133억원 줄어든 1조795억원이었는데도 적극적으로 배당했다. 이는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단기이익을 목적으로 국제시장에 투자하는 개인모집 투자신탁) 운용사 엘리엇메니지먼트의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한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 엘리엇 사태처럼 일부 과도한 경영간섭 우려도

스튜어드십 코드는 현대차 상황처럼 일부 펀드의 과도한 경영간섭도 우려된다. 아르헨티나 2차 국가부도, GM·크라이슬러 부품 공급 업체 델파이 인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반대, 삼성물산 지분을 통한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현물배당 요구 등이 엘리엇이 국제사회에서 행한 것들이다.

엘리엇은 지난해 현대모비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이사진에 13조원에 달하는 초과자본을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했다. 얼핏보면 외국계 자본이 주주들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한 것으로 보이지만 엘리엇의 행동들은 '갑질'에 가까운 경영 간섭으로 여겨진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장기적인 계획으로 현대모비스를 그룹 지주사이자 미래차 기술 개발 기업으로 격상시키고 모듈·AS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에 흡수시키는 내용의 구조개편안을 통해 순환출자구조를 해소하고자 했다.

그러나 엘리엇은 모듈·AS 사업이 모비스의 핵심 사업이었다면서 모비스 기업 가치 하락 정도에 비해 주주 보상이 적다는 이유로 모비스와 글로비스 0.61:1의 합병 비율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모비스 주가 상승만을 노린 의견이다.

또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을 각각 3.0%, 2.6% 매입했다가 주가하락으로 약 455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엘리엇은 최근 주주환원을 위해 8조3000억원에 달하는 고배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현대차는 연구개발 등 미래기술 확보와 신규 사업기회 창출을 위해 2023년까지 약 45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엘리엇의 요구에 대해 "회사의 투자 확대 필요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대규모 현금 유출이 발생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역할을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계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저배당 블랙리스트 등 불투명한 지배구조 및 오너십 리스크가 컸던 기업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투자자 이익 보호 등의 효과를 위한 것"이라며 "단순 이익을 위한 과도한 개입은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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