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D램 시장 점유율 74%, 낸드플래시 46% 돌파
슈퍼호황 종료·가격 하락에…수출 비중은 1년 7개월만 ‘최저’
삼성·SK하이닉스, 올해 업황 ‘상저하고’ 전망
韓 반도체 점유율 지켜냈지만…수출 비중 감소 '어쩌나'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이 점유율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끝나며 반도체 위기론이 부각된 가운데 올 상반기부터 업황 둔화가 불가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은 기자]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이 점유율 수성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반도체 슈퍼호황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올 상반기 업황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그간 국내 수출을 견인해온 반도체 수출 비중마저 줄어들면서 올해 수출 경쟁력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전례없는 슈퍼호황의 영향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D램 시장 매출은 996억5500만달러(약 112조원)를 기록했고, 낸드플래시 역시 632억1000만달러(약 71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73.4%,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45.6%의 합계 점유율을 올리며 ‘반도체 코리아’의 아성을 지켜냈다는 평가다.

지난해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37억4700달러(약 49조1000억원), SK하이닉스는 294억900만달러(약 33조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각각 43.9%, 29.5%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둘을 합친 합계 점유율은 73.4%로 지난 2017년(74.2%)보다 다소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매출의 4분의 3을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켜냈다. 삼성전자는 매출 221억900만달러(약 24조9000억원), 시장 점유율 35.0%을 기록하며 2위 도시바(121억1800만달러·19.2%)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웨스턴디지털(94억3500만달러·14.9%) , 마이크론(81억5600만달러·12.9%), SK하이닉스(66억9700만달러·10.6%) 등이 뒤를 이었다.

◆ 상반기 업황 둔화 가시화…반도체 수출 비중 19개월만 ‘최저’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에서 73.4%,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45.6%의 합계 점유율을 올리며 ‘반도체 코리아’의 아성을 지켜냈다/그래픽=이석인 기자

문제는 올해부터다. 반도체 슈퍼호황이 지난해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리면서 올해 반도체 업황은 이전과 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계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D램 시장이 올해 1064억1800만달러를 고점으로 2020년(1019억달러), 2021년(1019억달러), 2022년(941억달러)까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황 둔화는 국내 수출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한 463억3000만달러로, 이중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3% 줄어든 74억2100만달러로 조사됐다.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며 전체 수출도 덩달아 감소한 것이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1년 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올 1월 반도체 비중은 16.0%로 2017년 6월(15.7%)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비중은 2017년 10월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9월(24.5%) 정점을 찍은 뒤 10월(21.1%), 11월(20.7%), 12월(18.3%)을 지나 올 1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세다.

반도체와 전체 수출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갈등과 중국 내수 둔화가 겹치며 올해 상반기까지는 업황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올해 반도체 업황 ‘상저하고’ 전망...하반기 총력 가할 듯

올해 반도체 업황은 상반기 둔화, 하반기 개선의 ‘상저하고’ 전망이 우세하다. 반도체 기업들은 상반기 공급 조절에 나서며 하반기 회복될 수요에 대비한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 이후 수출 물량이 증가하며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진단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생산업체가 상반기 추가 증설을 줄이고 공급 조절에 나선 가운데 하반기에는 데이터센터 투자 회복, 스마트폰 중저가 제품의 고사양화, CPU 공급 정상화 등에 따라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도 하반기 업황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부터 진행된 메모리 시장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 수요는 2분기를 지나 3·4분기까지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하반기로 가면서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발표나 계절적 이벤트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 내에 재고 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역시 공급 조절로 가격 방어에 나서는 동시에 비메모리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시키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EUV(극자외선)을 적용한 7나노미터(nm) 제품을 양산하고 거래선 다변화를 통해 고객 수를 전년 대비 40% 이상 확대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허지은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