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청소년 디자인 민감, 아이돌·캐릭터 소유욕 강해
체크·후불교통카드 만 12세 연령 완화…미래 고객 확보 마케팅 나서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 온라인 커뮤니티 한 맘카페에 “예쁜 조카를 위해서 방탄소년단 교통카드를 구해왔다”는 내용의 글이 올랐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어디서 구매 하셨나. 우리 딸 사주고 싶어도 없는 곳이 많다”, “구하기 힘드셨을 텐데 대단하다” 등의 댓글로 정보를 교환했다.

#. 한 주부는 블로그에 “다음 주부터 중학생이 되는 아들이 버스를 타고 다녀 교통카드가 필요해 방탄소년단 티머니를 구입하려고 한다”며 “우리 동네는 작은 곳이라 판매되지 않아 아쉽다”고 적었다. 이에 자신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방탄소년단 티머니 카드 구입이 어렵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인기 아이돌과 캐릭터를 새긴 교통카드 및 체크카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 아이돌 체크카드에 이어 올해는 아이돌 교통카드가 흥행 몰이 중이다.

인기 아이돌이 새겨진 교통카드를 구매하기 위해 10대는 물론 자녀를 둔 엄마까지 발을 ‘동동’ 구르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아이를 위해 ‘극성 엄마’ ‘극성 이모’를 자처했다는 평가다.

◆방탄소년단 교통카드 판매 대란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스마트카드가 출시한 '방탄소년단(BTS) 투명 티머니가 편의점CU(씨유)에서 지난달 28일부터 20만장 한정 판매 중인 가운데 이를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 판매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당일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중·고등학교가 밀집된 곳을 비롯해 전국의 CU편의점에서 방탄소년단 티머니를 구입하지 못한 사람들이 다른 CU매장을 찾아다니는 등 품귀현상이 연달아 발생했다. 각 편의점에서 추가 주문예약을 받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CU 방탄소년단 투명 티머니. /사진=BGF리테일

CU 한 편의점주는 "먼 곳에서 여기까지 수소문해 직접 받아 가신 분, 택배로 받으신 분들도 많다. 추가 주문 문의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라며 “이미 단골손님들 예약이 꽉 찬 상태라 다른 곳에 가도 현장구입이 쉽지 않을 거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제주아미인데 아침부터 CU편의점 7곳 돌았는데 모두 없다", "방탄소년단 지민이 티머니 사러갔더니 못 샀다", "전화로 예약해야 겨우 살 수 있다", “티머니 수량 늘려주세요” 등 품귀 현상에 안타까워하는 글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상품은 방탄소년단 멤버인 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 등의 사진이 디자인 된 7종으로 구성됐다.

투명 소재를 적용해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 또한 CU에서 해당 티머니로 상품을 구매할 시 CU멤버십 포인트 2% 자동 적립 및 매월 다양한 상품에 대한 30% 할인 혜택도 있다.

CU의 방탄소년단 교통카드는 앞서 지난 2017년 단독 출시된 바 있다. 당시 25만장 한정수량으로 판매했는데 한달여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방탄소년단 CU플러스티머니 카드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교통카드 전체 매출도 덩달아 좋아졌다. 당시 20~30% 정도였던 교통카드 부문 매출신장률은 방탄소년단 카드 출시를 기점으로 80% 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썬엔터테인먼트가 레드벨벳의 다섯 번째 미니앨범인 RBB버전 캐시비 교통카드를 전국 세븐일레븐에서 단독 출시했다. /사진=썬엔터테인먼트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지난 1월 출시한 ‘레드벨벳·엑소·샤이니 키‘ 캐시비 교통카드 한정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차별화된 굿즈 개발로 10대 및 국내외 팬들의 니즈를 충족했다는 평가다.

앞서 아이돌뿐 아니라 캐릭터 등과의 이색 콜라보레이션 카드도 인기를 모았다. CU가 지난 2016년 카카오프렌즈와 손잡고 티머니를 판매했을 당시 교통카드 매출은 전년 대비 45.5%나 올랐다.

업계는 최근 교통카드 업체에서 선보이는 아이돌, 캐릭터 콜라보버레이션 상품이 Z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10대 사이에서는 티머니가 주요 결제 수단이자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도구”라며 “아이돌 교통카드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들에게까지 큰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10대 위한 체크 및 후불교통카드에 집중하는 카드사·은행

카드는 더 이상 성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청소년 카드 발급 제한을 완화했다.

청소년이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편리하게 결제하고, 매번 교통카드를 충전사용하다 바쁜 등하굣길에 잔액 없는 카드로 당황하는 불편을 덜 수 있게 한 것이다.

체크카드 발급 연령은 만 14세 이상에서 만 12세 이상으로 확대됐다. 중학교 1학년이 되면 일 3만 원, 월 30만원 한도로 체크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만 12, 13세 청소년은 부모 등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올해 상반기부터 체크카드에는 추가할 수 없었던 후불교통카드 기능도 탑재된다. 연령은 만 18세 이상에서 만 12세 이상으로 낮추고, 한도는 5만원으로 변경했다.

이에 국내 카드사와 시중은행은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되지 않은 체크카드를 중심으로 발급 연령 기준을 만 14세 이상에서 만 12세 이상으로 개정을 완료했거나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대 37만명(12, 13세 인구 92만 명×체크카드 사용 비중 40%)이 체크카드를 더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 후불교통카드 이용 청소년은 최대 57만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발맞춰 카드사 및 은행도 디자인에 민감한 청소년이 선호하는 캐릭터나 아이돌을 내세운 카드를 출시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향후 주요 고객층이 되는 만큼 미래 고객 확보 차원 의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신한은행은 공식 광고 모델인 워너원 모습이 새겨진 ‘쏠 딥 드림(SOL Deep Dream) 체크카드’를 지난해 선보였다. 이 체크카드는 출시 4개월 만에 발급 10만 좌를 넘어서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KB국민은행도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과의 콜라보레이션 상품인 ‘KB국민 BTS체크카드’를 출시했다.

하나 카카오페이 체크카드 디자인. /사진=하나·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에 이어 하나카드 역시 카카오페이와 제휴해 '하나 카카오페이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별 카드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60만좌가 넘게 발급됐다.

케이뱅크는 네이버의 라인프렌즈 캐릭터가 들어간 ‘케이뱅크 네이버페이 체크카드 1, 2’를 연달아 내놨다.

SC제일은행은 미키마우스, 곰돌이 푸 등을 모델로 디즈니 체크카드를 지난해 출시했다. 캡틴아메리카 등 마블 체크카드까지 연이어 내놨다. 출시 전과 비교해 발급 좌수 50%, 신규고객 유입량은 40% 늘었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청소년은 아이돌이나 캐릭터 등에 대한 관심과 소유욕도 커 카드 디자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이들은 향후 주요 고객층이 되는 만큼 미래 고객확보 차원에서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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