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삼성전자의 ‘초격차’, 글로벌 1위 넘어 '독보적' 지위 유지
◆ 현대重, 500원 지폐에서 시작…시장 20% 점유 '메가 조선사'
◆ 정의선의 현대자동차그룹, 수소경제 '퍼스트 무버' 큰 꿈

[한스경제=김덕호 기자] 모든 회사에는 자신들의 강점이 있고, 그 강점을 살리려는 끊임 없는 시도가 '격'(隔·차이)을 만든다. 이것이 쌓이면 장기적으로 굳건한 위치, 차별화된 실력으로 이어진다.

두 번의 반도체 쇼크에서 살아남아 굳건한 승자로 등극한 삼성전자가 그렇다. 지난날의 수주 절벽을 넘어 압도적인 세계 1위 조선사를 기획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예도 있다.

경제적 불황이나 정치적인 위기 요소, 그리고 시장 변화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살아남고 성장하는 기업, 그들은 분명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이 있고, 사명감도 갖고 있다. ‘당연한 것을 멈추지 않고, 제대로 하는 것’, 이른바 '초격차' 전략은 아직 진행중이다.

삼성전자의 경기도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 / 사진 = 연합뉴스

◆ 삼성전자의 ‘초격차’, 글로벌 1위 넘어 '독보적' 지위 유지

삼성전자는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자신들의 본업에 충실하다.

지난해 437억4700달러(약 49조1000억원)의 매출(디램익스체인지)을 기록, 전체 시장의 43.9%를 점유하는 압도적인 실적을 보였지만 시설투자와 기술개발 등 경쟁력 강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10년~2011년 10조원 수준이던 반도체 시설 투자액은 2016년 한 해 27조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평택 2라인(30조원)과 3·4라인 증설에 100조원 가까운 금액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지속적인 투자로 가격과 기술력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길을 밟지 않고, 중국 등 후발 주자와 격차를 벌리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삼성의 ‘초격차’는 중국 등 후발 주자와의 기술력 격차 확대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3차원(3D) 낸드메모리를 사례로 들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소자구조를 파악한다고 해서 바로 양산에 이를 수 있는 기술이 아니다.

3D 낸드플래시의 단면을 기존 60~70단에서 90단 이상으로 늘리는 적층 확대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은 지난해 7월 90단 이상의 256Gb 3D V낸드메모리를 개발했고, 올해에는 128단 개발에 나서는 등 기술력을 선도하고 있다. 가장 앞서 32TB SSD의 양산도 시작했다.

반면 중국 메모리업체의 생산 능력은 32단에 멈춰있다. 연내 64단, 오는 2020년 128단 3D V낸드 메모리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핵심 부품과 센서, 마스크 등 핵심 공정을 직접 처리하면서 경쟁사들이 삼성전자 공정을 따라하는 비율을 크게 낮췄다. 과거 70~80%가량 일치하던 반도체 생산 공정 카피율을 30% 미만으로 떨어뜨리는 데 성공하면서 후발업체들에 대한 진입장벽을 높였다.

반도체 매출 중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서는 등 메모리 분야 집중에 대한 우려는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분야 육성을 통해 해결한다. 7나노와 5나노 EUV(극자외선) 기술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1980년대 글로벌 시장의 75%를 점유, 메모리 분야를 주도했던 NEC·히타치·도시바·마쓰시타(현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의 선례를 밟지 않기 위한 것이다. 

일본 업체들은 적기 투자시기를 놓친 상태에서 미국의 특허권 분쟁,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의 저가판매 공세에 눌렸고, 치킨게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주류에서 밀려났다. 일본의 과거가 반면교사의 대상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사진 왼쪽 두번째)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사진 왼쪽 첫번째)이 지난 1월 17일 열린 '수소 경제와 미래 에너지, 울산에서 시작됩니다' 행사에서 수소차 넥소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 정의선의 현대자동차그룹, 수소경제 '퍼스트 무버' 큰 꿈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경제 ‘퍼스트 무버’를 위한 행보를 걷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이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해 나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만큼 수소차 기술력을 앞세운 업계 선도 의지가 강하다. 

정 부회장이 밝힌 수소 및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 ‘FCEV 비전 2030’에 따르면 현대차는 2030년까지 수소차 생산량을 50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 7조6000억원의 신규 자금 투입이 이뤄진다.

일차적으로 투자되는 3000억원은 수소차의 생산량 증대를 위해 집행된다. 연간 3000대 규모인 생산능력을 2020년까지 1만1000대로 늘리고, 2030년에는 50만대 생산을 현실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약 25조원의 연간 경제 효과, 약 22만명에 이르는 취업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현대차 측은 설명했다.

또 현대모비스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2공장 신축을 통해 생산능력을 연 4만기 수준으로 늘린다. 2030년까지 생산능력을 70만기 규모로 늘리고, 50만대는 현대차의 수소차에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현대차가 수소차 대량 생산 체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전기차와 함께 수소차가 미래차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배터리 성능 저하, 최대 30분에 달하는 충전시간, 상대적으로 짧은 주행거리 등 전기차의 기술적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의 수소차 관련 기술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만큼 정 부회장이 꿈꾸는 ‘퍼스트 무버’가 희망만은 아니다. 글로벌 경쟁사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걸음, 수소차 시장에서의 ‘초격차’ 실현에 대한 의지는 어느 기업보다 강하다.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 전경 / 사진 = 연합뉴스

◆ 현대重, 500원지폐에서 시작…시장 20% 점유 '메가 조선사'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의 합병을 통해 압도적 업계 1위의 ‘초격차 메가 조선소’로 거듭날 계획이다. 100만분의 1 백사장 지도와 500원 지폐 속 거북선으로 자금을 유치하던 정주영 회장의 포부가 3대로 이어진 결과다.

영국의 조선해운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준 세계에서 가장 많은 1114만5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수주잔량을 보유 중인 업체다.

현대중공업을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584만4000CGT로 2위에 올라있고, 일본 이마바리(525만3000CGT)가 3위, 삼성중공업(472만3000CGT)이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세계 시장점유율은 21.2%로 크게 높아지고, 3위 이마바리 조선소와 3.2배, 5위 삼성중공업과 4.8배 수준의 차이가 벌어진다. 매머드급 조선사의 탄생이다.

규모 뿐 아니라 건조선종 확대, 구매 협상력 우위, 기술 중복투자 감소, 보다 강화된 영업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품질은 물론, 시장 내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분야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 고부가 상선 분야에서의 영업력 및 협상력 강화다. 영업조직 합병을 통해 발주처를 다양화할 수 있고, 경쟁적인 저가 입찰도 일부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특히 LNG선에서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기술과 현대중공업 특허가 합쳐질 경우 일본, 중국 등을 압도할 경쟁력을 갖출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지난해 발주된 LNG운반선 71척 가운데 현대중공업그룹(25척)과 대우조선해양(18척)이 절반 이상을 수주하기도 했다

선종 다양화도 기대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쇄빙선, 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를 사실상 독점하는 기업이다. 여기에 정부와 해군이 발주한 대형 함정과 잠수함 건조 대부분을 맡아온 만큼 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게 된다.

 

 

김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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