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기업들 잇따라 '전자투표' 도입
섀도보팅 폐지, '3% 룰' 등으로 전자투표에 대한 관심 증가

[한스경제=강한빛 기자] 본격적인 주총 시즌의 막이 오르며 대기업들이 잇따라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3% 룰'에 발목이 묶여 의결정족수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자 대안으로 떠오른 전자투표에 눈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지배구조가 약한 기업에는 오히려 ‘계륵’이 된다는 점에서 활성화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신세계그룹은 상장사 7개사에서 올해 정기 주주총회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SK부터 신세계까지, 탄력받은 전자투표

기업들이 주주 권익 향상을 위해 전자투표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SK그룹 4개사와 한화그룹 7개사, 포스코 그룹 3개사, 두산그룹 3개사 등이 전자투표를 도입한 데 이어 신세계그룹도 전자투표 대열에 합류했다.

5일 신세계그룹은 상장사 7개사에서 올해 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신세계아이앤씨, 광주신세계 등 7개사는 지난 1월 말 경영이사회에서 전자투표제 도입을 의결했다.

SK하이닉스도 오는 22일 예정된 주총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전자 투표를 활용하는 주주도 절대 수치는 여전히 작지만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전자투표를 활용한 주주는 4만5560명으로 2017년과 비교할 때 201% 늘어났다. 주식은 136만6400주로 전년 대비 83% 올랐다.

대형 상장사들이 잇달아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서 이 같은 움직임이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시가총액 1위의 삼성전자가 올해 준비 시간 부족으로 전자투표 도입을 미뤘지만 향후 주총에서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병래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지난달 20일 신년 간담회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올해 최초로 정기 주주총회에 전자투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향후 삼성전자의 전자투표 도입에 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깜깜이 주총의 구원투수 될까

전자투표는 주주가 주총장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로 2010년 5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의 투표를 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하는 섀도보팅이 있어 전자투표 도입률은 저조했다. 그러다 2017년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전자투표는 주주총회 무산을 막는 대안으로 자리 잡게 됐다.

특히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지분이 아무리 많아도 3%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도록 한 ‘3%룰’에 발목이 잡힌 기업들은 전자투표를 도입해 주주권익 보호와 주주총회 진행 시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려 한다.

이밖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면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가 쉬워져 ‘주주친화적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을 수 있다. 전자투표제가 기업과 주주들에게 윈-윈(Win-win)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전자투표, 대안 아닌 '계륵'될 수도

하지만 전자투표가 기업의 구원투수가 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도입률은 답보 상태이고 소액주주의 단체행동을 불러일으켜 경영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코스피 시총 상위 100개사 중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곳은 20여개사에 그친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예탁원의 주총 전자투표시스템 이용 계약을 체결한 상장사는 총 1204개사로 전체 상장사(2111개사)의 57% 수준에 그친다. 100만~500만원의 비용을 들여 도입해도 이용률이 저조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나온다.

지배구조가 취약한 기업에겐 오히려 계륵이 될 수도 있다. 주총 표 대결의 도구로 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양호 회장 일가와의 주총 표 대결을 벼르고 있는 KCGI(그레이스 홀딩스) 측의 전자투표제 실시요구는 주총 표 대결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강한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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