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한스경제=신정원 기자] 나이와 열정은 정비례한다고들 한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실버세대의 역습으로 관록의 스타들이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극, 드라마, 예능에서 원로배우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열정을 다하고 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넘어선 젊지 않은 나이지만 마음만큼은 청춘. 여전히 무대 위를 밝히며 존재감을 남기고 있다.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 이순재(84) 신구(83)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한 배우 이순재와 신구는 여전히 극장 안을 지키고 있다. 통계적으로 이순재는 공연만 86건, 영화·방송은 약 200건의 이력을 갖고 있다. 신구는 공연 50건, 영화·방송 약 120건이 넘는 이력을 자랑한다. 수많은 경험으로 이제는 도전해 볼 연기도 적겠다 싶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연극과 브라운관, 때론 스크린을 넘나들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오는 15일부터는 연극 '앙리할아버지와 나'에서 앙리 할아버지로 무대에 선다. 2017년 초연 때 이미 관록의 연기를 펼친 이순재와 신구는 당시의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책임감으로 작품을 재연한다. 80대의 나이에도 젊은 배우 못지않게 연기 열정을 뿜어내는 두 사람이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중장년의 활약이 높아지는 그림이 그려지다 보면 후배들을 견인하는,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해야겠다는 정체성을 가진 원로 배우들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배우가 이순재, 신구다. 이들이 연극에 출연하는 것은 같이 성장한 팬들, 관객들을 라이브로 만난다는 매력도 있겠지만, 신인 배우들이나 후배들의 성장을 돕는 역할을 한다. 연극 무대로 자라온 배우들은 후배들을 위해 몸값을 현실적으로 맞춰 줄 수 있는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다. 가성비 높게 화제를 일으키면서 작품에 대한 공신력을 높인다. 또한 연극과 관련된 산업을 키우는 역할까지 해 연극계에서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이 든다"라고 원래 배우들의 든든한 활약을 설명했다.

OSEN

■드라마 '눈이 부시게', 김혜자(78)
드라마계에선 '국민 엄마' 김혜자가 무한도전의 연기를 펼치고 있다. 1961년 KBS 서울중앙방송 공채 1기 탤런트로 데뷔한 그는 연수를 끝내기도 전에 결혼과 동시에 연기 활동 중단을 선언했으나, 스물일곱의 나이에 다시 연기자로서의 꿈을 키워 지금 이 자리에 오르게 됐다. 연극 무대에서 3년을 꼬박 '연극계 신데렐라'로 살아온 김혜자는 1969년 MBC 개국과 동시에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현재 배우 생활만 50년이 훌쩍 넘지만 여전히 안방극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펼치며 후배들에게 솔선수범한 연기를 보이고 있다.

2016년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이후 JTBC '눈이 부시게'를 통해 3년 만에 돌아온 김혜자는 연기 변신까지 꾀한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으로 한순간에 늙어버린 25세 아나운서 지망생 '김혜자' 역을 맡은 것. 그는 말투와 행동, 미세한 감정까지 20대처럼 표현해 내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구현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KBS 2TV

■예능 '덕화TV' 이덕화(68)
칠순을 코앞에 둔 원로급 베테랑 배우 이덕화는 요즘 1인 크리에이터에 푹 빠졌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1972년 TBC 1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현재 배우계의 대선배로 활약 중인 배우. 50년간 드라마, 영화, 연극 등 다방면으로 활약해온 그는 최근 채널A 예능 '도시어부'에서도 두각을 드러낼 만큼 여전히 잘 나가는 스타다. 그런 그가 60대의 나이에 유튜브라는 새로운 분야, 무대에 진출해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 나이에 못 할 건 무엇인가. 도전은 나이와 무관하다'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비록 그의 유튜브 채널이 KBS 2TV 예능 '덕화TV'를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지만, 벌써 4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릴 정도로 인기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중장년 스타들의 활동 폭이 넓어진 것에 대해 "문화 콘텐츠 산업이 다양성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자기의 개성에 맞는 콘텐츠를 찾는 시대다. 나랑 같이 성장한 스타들이 나오는 콘텐츠가 그 조건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 실제로 중견이라고 말하는 40대 이상의 내공이 쌓여있는 스타들은 굉장히 강력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예전엔 30대가 넘어가면 전성기가 끝났다고 봤다. 여성 스타들의 경우는 그런 현상이 더 심했다. 40대가 넘으면 다양한 경험, 경력으로 인해 내공이 절정에 달한다. 자신에게 맞는 공간이 열리게 되면 굉장히 탁월한 성취를 갖게 된다. 그런 성취를 갖고 신인들을 견인하거나 초반에 화제를 일으키거나 고정적인 시청층을 둘 수 있다"며 "이제는 8090년대에 들러리 섰던 배우를 한 번 보시기 위해 시간대로 계약한다거나 회당 몇 분 이상 나오면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어떻게든 붙잡아두고 싶어 한다. 엔터 산업의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과거와 달라진 업계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면서 "드라마 '눈이 부시게'만 봐도 김혜자 씨가 주연이다. 그리고 원로배우가 주연이다 보니 작품 안에 출연할 같은 연령대의 배우들을 찾게 된다. 중장년 스타들은 함께 성장한 팬들을 티켓파워로 확보하고 있다. 지상파, 케이블, 넷플릭스,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 앞으로의 활동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런 개인 호흡을 갖고 팬들과 함께 성장해 온 스타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찍 연예계 활동을 고사했던 분들이 예능 '불타는 청춘' 등으로 복귀하고 있는데, 그런 흐름이 반갑기만 하다. 그분들이 중견, 노년 스타들의 빈 구석을 채워줄 거라 기대한다"라고 내다봤다.

신정원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