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띤 응원 열기를 자랑하는 전주실내체육관. /사진=KBL

“전주로 다시 돌아오겠다.”

벼랑 끝에서 탈출한 전주 KCC의 각오다. KCC는 고양 오리온과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승제)에서 먼저 1승을 하고도 내리 3번을 져 17년 만의 통합 우승 꿈이 좌절될 뻔했다. 그러나 바뀐 챔프전 홈 경기 배정 덕분에 안방 전주에서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그 동안 챔프전은 1~2차전 정규리그 1위 홈, 3~5차전 하위 홈, 6~7차전 1위 홈에서 펼쳐졌지만 2014~15시즌부터 미국프로농구(NBA)처럼 1~2차전 1위 홈, 3~4차전 하위 홈, 5차전 1위 홈, 6차전 하위 홈, 7차전 1위 홈으로 바뀌었다. 지난 시즌에는 1위 울산 모비스가 원주 동부를 4연승으로 이겨 5차전이 열리지 않았다. KCC는 챔프전 최초로 5차전을 안방에서 치러 94-88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를 6차전까지 끌고 갔다.

KCC가 홈으로 쓰는 전주는 팬들의 응원 열기로 다른 경기장보다 뜨겁다. 관중 수용 규모는 4,600명에 불과하지만 체육관이 작은 만큼 응원 소리가 집중된다. 전북대학교 인근에 자리하고 있어 10~20대 연령층의 팬들이 몰려 응원 참여도 또한 높은 편이다.

전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은 상대가 자유투를 던질 때 육성 응원으로 흔드는 것이다. 실제 원정 경기를 뛴 선수들은 “승부처에서 야유를 하면 아무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반면 KCC는 든든하기만 하다. 특히 팬들이 많이 찾을수록 더욱 힘을 냈다. 이번 정규시즌 동안 총 9차례 매진된 홈 경기를 모두 이겼다. 챔프전까지 포함하면 2차전 유일한 패배를 제외하고 12경기에서 11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4,000명 이상이 들어찼을 때는 15승2패의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 4,212명, 2차전 4,021명이 체육관을 찾았고 2경기를 싹쓸이 했다. 챔프전에서는 계단이나 난간까지 자리를 잡고 볼 정도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KCC는 6차전 원정 고비만 넘기면 ‘약속의 땅’으로 다시 넘어올 수 있다. 역대 프로농구에서 1승3패로 뒤지다가 역전 우승을 이룬 팀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KCC 선수단은 7차전까지만 간다면 0%의 확률을 깰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전태풍은 “자주 경기를 해서 림이 더 잘 보이고 편하다”고 했고, 안드레 에밋은 “전주 팬들이 열광적으로 응원해줘 힘이 생긴다”며 “재미 있는 챔프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뛰게 된다”고 말했다. 또 추승균 감독은 “반드시 7차전이 열리는 전주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반대로 적장 추일승 감독은 “전주 원정은 경기력에 영향을 준다”면서 “다시 돌아오지 말아야 할 곳”이라고 6차전에서 끝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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